대디 러브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와 몰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온 후 주차장에서 돌연 괴한에게 습격을 받고, 흐려져 가는 눈 앞에서 6살 아이가 납치 당하는 걸 막지 못한 주인공. 유괴범 대디러브는 납치한 아이 로비에게 '기드온'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폭력과 애정을 번갈아 주는 '새아빠'가 된다. 기드온은 물리적 정신적 공포 속에서 자라나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남편은 성공한 방송인이었는데, 아이를 잃은 자책에 안팎으로 시달리는 아내를 보살펴야 한다.

스릴러적 요소는 강하지 않다. 경찰이나 부모가 유괴범을 추격하는 장면이나 혹은 아이의 탈출 작전이 면밀하게 그려지는 스토리가 아니다. 이야기는 네 인물의 가치관과 정신상태, 행동 양식을 묘사한다. 이 책의 흥미로운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1. 유괴범은 대범하게 행동한다.

유괴범 대디러브는 아이를 감금해놓고 아무도 보지 못하게 하지 않는다. 그는 아이를 세뇌시키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모가 도주하여 나에게 위탁된 새아들'이라고 뻔뻔히 말하고 다닌다. 이 유괴범이 남들에게는 '설교자'라는 매우 대변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흥미롭다. 대디러브는 이런 이중생활을 통해 사람을 속이고 경찰을 기만하는 자신에게 우월감을 느낀다.

2. 아이의 심리 상태는 중반부 이후 묘사된다.

아이가 유괴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이 아이는 원초적 공포는 느낄지언정 논리적으로 자기의 상황을 사고하지 못한다. 대디러브가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서 사회활동이 시작되고 지능이 성장함게 되는 때, 비로소 이때부터 아이의 심리 상태가 전지적 시점으로 묘사된다. 6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유괴범에게 학대를 당해왔으면서도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는 모순적인 심리 상태가 독자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3. 빼앗긴 시간은 돌아오는 걸까 의문을 갖게 된다.

학대로 인해 지적, 사회적 성장이 더딘 아이는 이후에 심리 치료를 통해 어느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과연 아이는 이 엄청난 트라우마를 이기고 자기 인생을 사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가 유괴라는 소재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도록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4. 어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유괴만이 아니라 어른들로부터 학대를 받은 아이를 둘러싼 수사와 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걸까. 즉, 그 과정에서 부모, 주변 어른들로 부터 요구되는 것들은 어떤 것인가. 아이에게 가해질 정신적 부담을 없애고 원활히 과정을 진행시키기 위한 전문가들의 지식은 어떤 것들인가. 각종 범죄 사건 속 피해자들을 대하는 공권력의 적절치 않은 처리 과정들을 매체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때 마다 열불나는 유족 및 관계자들의 상황은 언젠가 우리 각자의 것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런 사후 처리 과정에 국민 심신건강이 걸려 있는 것일진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단순 공포 소설이 아니라 시사하는 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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