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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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85년도? KBS에서 심야외화드라마로 방영했던 브이(V)라는 미드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거대 파충류인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식량으로 삼기 위해 지구침공을 한다는 스토리인데
어린 나이에 우연히 봤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드라마가 기억나는 이유는..
아름다운 여자 외계인 대장의 피부가 벗겨지면서 나타났던 파충류의 징그러운 그것에 대한 충격때문이었습니다.
매끄러운 피부 아래에서 마치 다른 생물처럼 숨쉬던 모습이 뇌리에 박혀서 괴로웠었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만들어진 이야기인걸 알고 내 피부 아래에 파충류의 그것이 아니라
살과 근육 뼈 등등이 있음을 학습하고 알게 되었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전율은 잊혀지지 않네요.

옛 고대인들은 영혼이 육체에 영향을 끼치고 영혼이 표현하려는 것은 육체를 통해 나온다고 했습니다.
우리 옜말중에서는 살아온 삶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말도 있지요..
사람의 육체는 그 사람의 영혼, 살아온 삶, 경험 등등을 일차원적으로 남들에게 보여주는 창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육체가 사람의 영혼을 담는다는 고대인들의 믿음이 맞다고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의 육체는 시각, 후각, 촉각 등등 오감을 이용해 우리의 추억을 기억하고 되새김질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만졌던 기억, 어디선가 들었던 음악, 함께 걸었던 길, 등등등 우리의 뇌가 어디엔가 꽁 꽁 숨겨둔
것들을 우리의 육체는 기억하고 있다가 어느샌가 툭! 하고 던져주기도 합니다.
특히나 뇌는 미지의 영역으로 모든 걸 기억하지만 모든걸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도 하는 독특한 기관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필립커]는 뇌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경이로운 미스터리 라고 말했습니다.
필립커는 뇌의 다양한 부위 중 전두엽에 대해 적었는데요.... 이 전두엽이란 부분이 참 인간에게 참 중요한 것이
인간의 다양한 감정, 기억, 사고, 추리, 계획 등등 상위 개념의 정신작용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관장하고 있다는 의학적 결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19세기 말에는 전두엽절제술이
중증 정신병 치료에 활발하게 이용되었다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전두엽을 절제하여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서 정신병을 치료한다.....라는 일차원적인 발상을 그 시대의 의사들이 지지하고 참여했다는 부분도 
굉장히 놀라울 따름입니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좀비라는 책의 주인공은 직접 전두엽 절제술을 실시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 외에도 끔찍하지만 흥미로운 소재인 전두엽 절제술은 영화
[뻐꾸기둥지로 날아간 새]나 [셔터아일랜드]에서도 중요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굉장히 많은 영화에
등장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부작용과 인권탄압을 문제로 삼아 사라지긴 했지만 인간의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육체를 억압하고 개조한다는 인식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살갖아래는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된 ‘몸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으로 15명의 작가가
우리 몸의 다양한 신체 부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드러난 피부나 눈, 코 뿐만 아니라
몸 속의 장기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지 않으면 내 몸속 장기들에 
대해 잘 신경쓰지 않게 되는데... 다양한 작가들이 지극히 사적인 부분인 영역인 몸에 대한 자신의 경험들과 
생각을 써서 보여준다는 것이 그들의 삶을 훔쳐보는듯한 느낌도 들어서 읽는 내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낯선 장기들의 명칭과 무관심했던 신체에 대해 읽으면서 이미 몇십년 사용해서 고물이긴 하지만 
내 몸이 아직 쓸만 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최근 가장 신경쓰이는 제 신체 부위는
엉덩이 욱신거림으로... 육체는 그 주인의 삶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할때 백수가 된 이후로 신경성인지 아니면 
급 늘어난 몸무게인지 혹은 비뚤어진 자세때문인지 엉덩이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네요...
문학적 소질이 있었더라면 좀더 아름답거나 자극적이라거나 은유적으로라도 엉덩이에 대해 쓸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전 그냥 엉덩이가 욱신거리는 백수일 뿐.. 안타까울 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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