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 경계 없는 노동, 흔들리는 삶
이승윤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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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노동자들

기술은 발전하고, 세상은 더 편리해졌다는데 일터와 노동자의 삶은 어째서인지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 복지국가와 노동시장, 불안정노동을 연구하는 저자 이승윤은 급변하는 노동시장 속에서 비정규직, 새벽 배달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유튜버 등 사회 제도 바깥에 놓여 보호받지 못하는 불안정노동 계층의 구체적인 삶을 들여다본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노동자 개인이 노동의 위험과 결과의 책임을 떠맡도록 내모는 사회구조의 불합리를 지적하고, 보이지 않는 노동을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사회와 주류집단, 그리고 우리의 성찰과 대응을 요구한다.


철저히 '남의 일'로 여겨지는 노동 문제

1~3부에서 제시하고 분석하는 다양한 계층의 노동문제를 접하며 이 문제들의 기저에는 '철저한 타자화'가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불안정노동자들을 포괄하지 못하는 제도와 공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평가절하되는 노동들은 주류집단에게 내 일이 아닌 '남 일'로 여겨지리라 짐작해 본다. 배달노동자, 급식조리사, 보조교사 등 우리의 일상은 불안정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그 일들과 자신의 삶이 무관하다 선을 긋고 무시하는 사회 전반의 태도가 씁쓸할 따름이었다. 더불어 이런 타자화가 노동자 간 연대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까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의 시간빈곤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는, 저임금노동자가 과도한 노동시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항하는 노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연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27쪽)

청년노동시장의 불안정한 청년노동자와 불안정하지 않은 청년 노동자가 이루는 U자형 분포는 청년노동시장 내 불안정성의 양극화를 보여주고, 이것은 청년집단 내 연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또한 암시한다.(140쪽)


청년 집단의 양극화

특히 내가 청년 당사자이기 때문인지 3부 「청년노동, 누가 무엇을 말하는가?」에 드러난 청년 집단 내의 타자화 사례가 인상 깊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두고 발생한 청년 내부의 갈등과 저자가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초대 부위원장으로서 산재로 사망한 청년노동자들을 언급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해나가자는 의지를 담아 건넨 인사말에 "청년들이 힘들고 어렵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행복한 청년도 많다고 답하는 한 청년 위원의 대답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자신의 일자리에는 영향이 없고 설사 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노동문제가 제로섬이 아닌데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들에 대해 '언론에 드러난' 청년들은 분개했다.(127쪽)

이처럼 한쪽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기회를 요구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오랜 기간 불안정노동에 시달린 현실을 호소했는데 후자의 목소리는 배제되었다. 그리고 ‘공정’을 요구한 목소리는 실상 기존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묵인하는 결과를 낳았다.(129쪽)

공존과 연대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문제에만 집중하는 청년 집단의 현실은 암울했지만 그래도 저자가 하나의 부를 할애할 만큼 청년의 노동 문제를 주요하게 살펴주고 있다는 사실에 청년으로서 감사했다.


내 신뢰를 가져가려 온 나의 연구자

그래도 가장 감사했던 순간이 있다면 저자가 이 연구가 의미가 있는지, 탁상공론에 불과하지는 않은지, 내가 이 연구를 할 자격이 있는지 … 끝없는 회의에 갇혔다가도 매번 이를 극복하고 약자에게 필요한 연구를 이어 나가기로 결심했던 때이다. "권력에 대항하여 진실을 외치는 이, 금기를 깨는 이, 목소리가 없는 자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이"인 학자의 책임을 되새기고, 연구대상자를 그저 '타자'로만 여기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성찰하는 모습을 보며 연구자를 향한 신뢰가 무한히 쌓여만 갔다. 사회에서 타자화된 노동자들을 가시화하고 호명해 주는 이승윤이라는 연구자, 이렇게 내 신뢰를 아낌없이 드릴 수 있는 학자를 또 한 명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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