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상한 정상가족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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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은 아동이 한 개인으로서 가지는 권리를 공공이 더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수호해야하며, 이를 위해서 국가는 가족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고 정부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깊이 내재되어 있는 '정상' 가족에 대한 편견을 빨리 버려야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아동의 권리에 대해 말하며 아동 학대나 체벌과 관련한 사례, 제도, 아동 입양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정보를 읽을 수 있었는데 최근에 보았던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재판>이나 jtbc의 드라마 <서른, 아홉>이 생각나기도 했다.

입양아들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문장을 읽으며 <서른, 아홉>에서 입양아로 나온 손예진의 대사와 장면이 떠올랐고,

아동 학대 신고 후 조치와 관련된 부분들을 읽으며 <소년 재판>에서 소년범의 처분이 끝나고 아이가 집으로 돌아간다한들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은 변화하지 않을거라는 김혜수의 판정이 생각났다.

체벌과 관련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나 스스로 많이 반성하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나조차도 아이가 성장하는데 어느정도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학대과 체벌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그 누구도 정의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했고 체벌을 통해서 아이는 어른들이 바라는 것처럼 무언가 학습하는게 아니라 권위에 따른 폭력이 정당하다고 내면화할 뿐이라는 연구 결과가 충격적으로 다가와 체벌은 부모의 훈육방법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폭력(p.225)이라는 말을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분야는 다르지만 특정한 문제에서 시작했으나 사실 그 문제의 원인은 사회 구조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랬는지 읽으면서 자꾸 김승섭 교수님의 책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책의 저자는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언급했지만 어쩐지 사회 모든 분야의 문제점의 시작에 해당하겠다고 느껴졌던 문장도 있었다.

뭔가를 높이 쌓아 올릴 때에는 자칫 발을 헛디뎌 추락할 경우를 대비해 안전망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안전망 없이 오로지 더 높이 쌓는 일에만 몰두해왔다.

p. 179

과거 국가의 경제적인 성장만을 목표로 하고 달려오느라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하고, 덮어왔던 일들이 주체할 수 없이 커져버려 이 지경이 되었지만 이 책임은 국가가 아닌 개인이 지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씁쓸하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개별적 주체이며 이러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공공이 가족 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모든 아동이 같은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정상적’ 가족의 형태를 무너뜨리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한다.

라고 이야기한다.

'맞아, 그렇게 해야지.' 까지만 생각하고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아동의 권리 그리고 그를 위한 사회의 역할에 대해

저자가 늘어놓은 흐름을 따라 찬찬히 이해하고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덕분에 아동과 관련한 사회적 사안들을 앞으로 더 눈여겨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들, 자녀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본인이 탄생시킨 생명을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책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데에 공공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커다란지 알게 된다면 사회에 더 많은 의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의 죽음이 있고 난 뒤에야 법이나 제도가 바뀌었던 이제까지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아이들을 국가가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글을 맺으며 아이들의 인권, 다음 세대의 삶의 질을 중심에 두고 가족의 문제를 바라본 이 책의 생각이 아이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무관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음 세대는 핏줄로 얽힌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p. 286

책을 마무리하며 저자는 '다음 세대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려고 노력하는데 그것은 비단 다음 세대를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오늘의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더 나아지기 때문'이라는 말을 전한다.

자녀 계획을 논하기에는 '벌써?'라고 생각하는 나이일지는 모르지만

사실 나는 내가 아이를 낳아 오롯한 한 사람으로 잘 키워낼 자신이 없어 조금 이를지 몰라도 현재는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일부에게는 책에 언급한 수많은 내용들이 본인과 상관없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다음 세대가 없다면 우리는 지금 말도 안되게 열악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에게 다음 세대가 없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지금 당신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상상해보길 권하고 싶다.

그곳은 18년간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암울한 세계다.

영화에서 세대를 잇지 못해 인류가 사라진다는 사실은 나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보다 더 절망적이다.

불법 천지에 정부는 자살약을 배급하고 테러와 폭력이 난무한다. 무너져가는 세계를 어느 누구도 보수하려 들지 않는다.

p.287

이 시각은 나에게는 정말 신선하고 신기했다.

생각해보면 이제 나는 아이가 아니고, '미래에 내 아이도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아동의 권리에 대한 문제는 이제 나와 전혀 무관할텐데도

나는 이 책을 정말 열심히 읽었고, 각종 사례를 읽으며 화도 났고, 아동과 관련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깊히 공감했다.

그러니까 의식하지 못했지만 '다음 세대가 있어야만 내가 현재의 세상을 잘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 단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위의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결론은 본인이 아이와는 이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는 말!


독후감과 서평 사이의 글을 마치며 여담을 하나 더 하자면

이런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는 책을 읽을 때마다 생각보다 재미를 느끼는 나를 보며 스스로 놀라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고, 심지어 가정에서의 아동 체벌을 제일 먼저 금지했고 세계에서 아동의 권리가 제일 보장된다는 스웨덴의 다양한 사례를 읽으면서 영어 공부 열심히해서 스웨덴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만약 내가 미래의 어느날 스웨덴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면

그건 바로 이 책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만들어낸 미래일테다. (물론 안 갈 것 같기는 하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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