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죽음을 눈앞에 둔다면 누군가에게 글을 남길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
중학교 때 돌아가신 아빠.
항상 바쁘셨던 그분. 하지만 아빠게 내게 준 사랑은 또렸하게 기억이 난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 아빠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답답했다.

정원에 대한 이야기, 손녀와 함께 있었던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들.
너무나 담담한 어조로 손녀에게 이야기 하는 고리타분하고 말 많은 할머니라는 느낌.
나의 마음이 아직까지 닫혀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책을 읽어 갈수록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외로움과 혼자 남겨질 손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짠한 느낌마져 들었다.
누구나 한번쯤 맞이해야 할 죽음.
남겨질 손녀를 위한 할머니의 기록은 그 아이와 나누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그 아이에게 하지 못한 전하지 못한 말들로 가득차 있었다.

차마 하지 못했던 엄마에 대한 고백과 자신의 사랑 이야기 까지. 
1930~40년대 여자가 똑똑하다는 것이 별로 자랑거리가 되지 못했던 시절을 살았던 그녀가 만난 남편 아우구스토와 또 다른 남자 에르네스토의 이야기는
그 시대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로맨스가 있었고, 죽음을 앞둔 아우구스토의 고백은  정말 쇼킹하기 까지 했다. 자신의 핏줄이 아닌 아이인줄 알면서도 평생 침묵했던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손녀와 살던 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글을 쓰고 있는 그녀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떠나가는 손녀의 뒷모습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남편과 딸을 먼저 보내고 죽음과 맞대고 있는 현실이 그녀에게 얼마나 참담했을까?

죽음을 앞둔  랜드 포스의 [마지막 강의]에서 느꼈던 눈물이 쏟아지는 안타까움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어 보고, 못다한 말을 조용히 풀어나가는 남은 사람람에 대한 배려로 잔잔한 그런 책 이었다.

인생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길들 중에 마음이 가는 대로 가라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이글은 끝이난다.

12월 22일.
그 후 그녀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지.
언젠가 돌아와 이 글을 읽을 손녀는 어떤 감정에 휩싸일지.
이 책은 많은 여운과 함께 끝을 맺어 버렸다.

나의 삶을 다시한번 되돌아 보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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