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간 - 도시 건축가 김진애의 인생 여행법
김진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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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목민의 자유와 정착민의 안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이다.

하루하루 일상에 지치면 또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게 된다.

여행은 산으로, 들로, 강으로, 바다로 먹이를 찾아 헤매던 수렵, 채집 시절의 노마딕 DNA가 알게 모르게 발현되는 행위일 것이다.

떠나고 싶다.

어디든.

빡빡한 일상, 그 틈을 비집고 그렇게 떠난 여행은 사람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낯선 세상에 자신을 놓고, 아무도 모르고 누구도 나를 모르는 곳을 헤쳐 나갈 때, 나도 모르던 나를 발견하고 또 다른 나로 나아갈 수 있다.

돈이 없어, 시간이 없어, 귀찮아서, 어떤 이유로든 놓쳐버린 수많은 여행의 기회가 더욱 아쉽게만 느껴진다.

그 여행을 다녀왔으면 나는 좀 더 나은,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일상의 시간을 쪼개 다녀온 여행의 시간은 인생의 시간에서 때때로 찾아오는 삶의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근력을 키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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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인생수업
백혜선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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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의 시대이다.

성공은 매우 드문 결과이다.

누구나 그렇듯 대부분 실패한다.

대입, 취직, 주식, 내집마련... 


그리하여 좌절의 기술이 필요하다.

매번의 실패에 당황하지도 실망하지 않는다. 힘들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낼 수 있는 마음의 회피 기술이 요구된다.


성공을 담보한, 그 과정으로써의 좌절만이 아름답고 값진 것은 아니다.

좌절 그 자체에 그 나름의 가치를 스스로 부여해야 한다. 자기 위안이고 기만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시대를 살아가기 너무 힘들다.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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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로드에서 만나 텍스트T 4
이희영.심너울.전삼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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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서로 달라서 이야기들이 하나의 세계관은 아니지만 같다고 생각하며 읽으니 재미있다.

제일 인상 깊게 읽은 것은 두 번째 이야기인 '이루어질 수 없는'이다.

샌드위치 가게 알바를 하고 있는 최진호는 항상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샌드위치를 시키는 윤희랑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따로 만나 얘기할 정도의 가까운 사이가 되지만 윤희랑은 사실 가상세계 관리자였고 최진호는 가상세계의 사용자(AI) 였다는 내용이다.

가상 세계라는 주제도 재미있었지만 자신이 가상 세계의 사용자라는 걸 알지 못한 채 그 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이 소름 끼치면서 앞으로 올지도 모를 미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중 놀라웠던 건 자신이 가상세계의 사용자라는 것을 알게 된 최진호가 그 사실을 알려준 윤희랑에게 역겹다고 했던 것이었다. 나는 보통의 이야기처럼 최진호가 고마워할 줄 알았다. 진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아주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최진호는 윤희랑을 기만자처럼 여겼다. 청하지도 않은 구원으로 왜 자신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냐고. 예상과 달라서 당황했지만 현실적이어서 씁쓸하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세계가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 책이 더욱더 가상세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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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중산층 - 한국 중간계층의 분열과 불안
구해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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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산층인가.

그렇다. 그러나 불안하다.

도미노가 하나씩 하나씩 무너져 오고 있다. 언제 내 차례가 될지 누구도 모른다.


경쟁과 불안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특징짓는 키워드이다. 세대, 계층, 성, 지역,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거의 모든 국민이 혹독한 경쟁 속에서 불안을 겪으며 살고 있다. 특히 중산층은 더욱 그러하다. 올라서느냐, 떨어지느냐.


예전에는 소득기준으로는 중산층에 미치지 못하지만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내에서도 삶의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으며 성실과 노력을 무기로 언제든지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작금은 실제 중산층 정도의 경제적 삶을 살면서도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우리를 불안에 휩싸이게 했다.

항상 위쪽만 바라보고 살아간다.

위로, 더욱 위로 올라가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살벌해지고, 아래로 떨어지면 안 된다는 불안은 부풀 대로 부풀었다.


사다리는 줄어들고 그물코는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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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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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제물을 구하기 위해 제물이 몇이나 더 필요할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는 것은 오랜만이다. 책에서 현대적 이름만 보다가 매월이, 복선이 같은 예스러운 이름을 보니까 새로웠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유명한 탐정인 민 진사의 딸 환이 가 실종된 아버지를 찾고 아버지의 사건을 마무리하고 해결하려 애쓰는 이야기이다. 처음 봤을 때는 대충 뻔한 이야기겠거니 별생각 없었는데 읽을수록 내가 예상하던 스토리와 너무 달라서 후반 때쯤 가서는 정말 몰입하면서 재미있게 봤다.

사건의 배경은 조선의 처녀들을 명나라에 강제로 조공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신의 딸이 명나라에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아버지들은 무슨 일이든 하였다. 정말 무슨 일이든. 한 아버지는 자신의 딸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 딸의 얼굴에 난도질을 하였고, 다른 아버지는 13명의 소녀를 다른 제물로 삼으려 납치했다.

물론 딸을 위해서였겠지만, 딸의 안전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상처 주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명나라에 조공했다는 사실만 역사 공부를 하면서 어렴풋이 알 수 있었지 자세하게는 알지 못했는데, 이 책으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극적이어서 안타까웠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가 캐나다에서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써줘서 신기하기도 하고 좋았다.

사라진소녀들의숲, 창비, 창비소설, 허주은, 역사소설,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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