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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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이공계는 어떤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과 출신인 사람을 만나면 반짝이는 눈빛을 보냈고, 수학과 과학도 좋아했다. 점수가 안 좋았을 뿐,,, 지구과학은 물화생지 중 그나마 문과생들이 접근하기 쉬울 것이라 판단했는지 고등학교 2학년 때도 내신으로 지구과학을 배웠다. 여러 공식을 배우고 외우는 건 박대가리인 나에게 너무 버거운 일이었지만 천체의 삶과 죽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게 멋져보였다. 대학에 와서도 종종 유튜브에 우주를 검색해서 보곤 했다. 천체의 크기를 비교해주는 영상을 보고 나면 어쩐지 안심이 됐다. 내 슬픔은 우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주는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줬다.


 이 책은 천문학자 심채경의 첫 에세이다. 심채경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얻었다. 60개가 넘는 토성의 위성 중 하나를 연구해서 학위를 받다니. 학문의 다양성과 깊이에 놀랐다. 세상엔 공부할 수 있는 게 정말 많구나. 학자들은 정말 대단하구나. 심채경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지금은 달을 연구하고 계신다고 한다.


 안 그래도 작가님이 이과라서 글을 읽기도 전에 호감도가 잔뜩 올라가있는 상태였는데 글까지 잘쓰시니 팬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과학자의 시선을 비롯해 여성의 시선, 엄마의 시선, 교수자의 시선으로 쓴 다양한 꼭지들이 있다. 그 시선들이 퍽 세심하고 다정해서 ‘과학자들은 빅뱅이론의 쉘던같을 거야’ 하는 나의 편견 아닌 편견이 무색했다. 심채경은 다정하고 낭만적인 관찰자같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바라보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의 시선에선 달이 어떤 모습일지, 그의 문법으로 달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나는 평생 논문 못 읽을 거야... 에세이로 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우스갯소리로 친구들과 “덕후 중에 최고는 교수님이다” 하는 말을 했었다. 교수님들은 전공 과목의 덕후라서 석박사를 따고 교수까지 되었다는 게 우리의 가설이었다. 이 책에서 심채경은 큰 포부는 없었고, 다들 그렇듯 흐르듯이 살다 보니 천문학자가 되었다고 밝혔다. 흐르듯이 살았던 그 일상 속에는 성실함과 사랑이 있었을 것이다. 우주에 대해 성실하게 쌓아온 그의 사랑이 이 책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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