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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p.42) "오지 않는 미래가 두려운 까닭은 결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비극으로 끝난다 해도 결과를 알 수만 있다면 의연하게 그 한가운데로 걸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p.96) "나는 그 존재를 끌어안았고, 그는 나를 보듬어 안았다. 우리는 오래, 아주 오래 그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p.139) "나도 그저 존재하고 있어. 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나의 친부도 친모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내가 찾아야 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깊은 숲은 김혜나 작가의 단편작을 모아 놓은 책이다. 여기에는 각각 다른 이야기를 가진 여성들이 나온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혹은 같은 대상을 두고도 다른 생각,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공통점은 어딘가 붕 떠 있다는 점이다. 세상 속에 있고, 그 안에 소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어정쩡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 점은 본인들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간다. 좌절하고, 절망할지라도 피하지 않는다. 그저 그곳에 계속 있을 뿐이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의 수가 많은 만큼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아픔을 마주했을 때 마주하는 방법도 각각 다르다. 그것을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자괴감을 느끼며 눈을 감기도, 그저 불확실한 미래의 희망을 품으며 지켜보기도 한다.
관망하고,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답답해하고 연민을 품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불편을 보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위안을 얻기도 했다. 그들의 미운 점을 곱씹어 보며 알게 된 것은 결국 나도 똑같다는 것이었다. 어떤 때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참으면 된다고 외면하는 모습, 모두 나와 닮아 있었다.
위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