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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몰입감 있게 읽히지만 가볍게 읽을 수는 없는 소설이었다. 삶과 맞닿아 구석을 찔러오는 듯한 이야기들, 시그리드 누네즈만의 독특한 문체와 어울어져 소설이라는 점이 놀랍게 느껴질 정도로 살아 숨 쉬는 듯한 이야기, 세세한 감정과 생각을 건드리는 그녀만의 문장과 통찰력에 쉽게 읽을 수 없었다.
소설 <어떻게 지내요>는 주인공인 나와 암에 걸린 친구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친구와 함께 떠났던 안락사 여행 이야기를 중심으로 지구 종말에 대한 강연을 하는 전 애인, 다양한 여성들, 상처 입은 사람들, 심지어 고양이까지에 이르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소설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죽음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한다.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 (Quel est ton tourment?) -p.122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지내요>는 '어떻게 지내요?'라는 말은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고통에 귀 기울이는 일이라고, 그렇게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고 그 가운데서 생겨나는 연대의식 가운데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애를 쓰는 것에 대해 말한다.
- '애를 쓴다'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 나는 애를 썼다.
사랑과 명예와 연민과 자부심과 공감과 희생-
실패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 p. 252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전자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후자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p.166
이렇기에 <어떻게 지내요>는 죽음과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면서도, 그 속에 사람 사이에 있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가을, 겨울날 따뜻한 차와 함께 보기 좋은 소설이 아닐까?
어떻게 지내요,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