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순례자 - 헤매는 이들이 모두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
클레어 스코비 지음, 윤준.이현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품절


그들은 희미하게 아른거리는 도로 위에 유령처럼 불현듯 나타났다. 티베트 동부의 벽지인 암도 지방의 라브랑에서 온 네 명의 양치기 가족은 양떼를 팔아 라싸까지 서쪽으로 1,440킬로미터나 되는 순례 여행에 나선 것이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가장 어린 남자 아이는 이 가족의 볼품없는 가재도구가 든 목제 손수레를 끌었다. 가족 모두 두꺼운 목제 장갑과 보호대로 쓰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하나 같이 얼굴에는 먼지가 하얗게 덮여 있었다. ... 트럭들이 미세한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휙 스쳐 지나갈 때 두 남자 아이를 바짝 끌어당기는 엄마의 얼굴에서는 진한애정이 묻어났다. 어색한 태도로 시주하며 우리 모두는 감동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2년 전에 달라이 라마를 인터뷰하면서 축성 받은 백단향 염주 구슬 네 개를 건네주었다. ... 나므 구슬 네 개를 마치 금괴라도 되는 것처럼 받는 아이들 엄마의 손은 떨렸고, 더러워진 얼굴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분을 만나야 될 사람은 바로 당신들이에요."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내가 아니고요." "고마워요. 이런 축복이 다 있다니요...." -21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