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의 왕자 1 - 에치젠 료마
코노미 타케시 지음, 조은정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스포츠 만화는 셀 수 없이 많지만, 흔히 최강으로 꼽는 것은 농구를 소재로 삼은 타케히코 이노우에의 < 슬램덩크>다. 그리고 이 <테니스의 왕자>가 자주 그 책과 비교되곤 하는데, 그것은 < 테니스..>의 작가 타케시 코노미가 타케히코 이노우에의 문하생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건 그런데 이건 이렇고, 그건 이렇지 않은데 이건 다르고...라는 식으로의 비교를 많이 봤는데 그래서야 < 테니스의 왕자 > 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문하생이었던 만큼 그림이나 전개 구성 등이 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점도 없잖아 있지만, 그것은 이 책이 갖는 개성과 매력을 뒷받침해 주는 아주 작은 요소이며 엄밀히 따져서 타케히코와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에피소드 끝에 코믹컷 하나 덧붙이는 형식을 제외하면, 하나도-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 슬램덩크 >는 이미 신의 경지에 다다랐으니 이제 막 시작하는(사실 이미 권수가 상당하니 어울리지 않는 표현인지도 모르겠지만) 유망한 작품의 발목을 잡는 이유로 어울리지 않는다.

사설이 꽤 길었는데...본론으로 들어가 책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상당히 괜찮은, 아주 재미있는,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만화 중 하나-라고 본다. 무엇보다 흔히 스포츠 만화에서 볼 수 있는 구성인 '최하위에서 전국우승!'하는 인간승리식 전개가 아니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에치젠 료마가 소속된 세이가쿠는 테니스의 명문 중의 명문, 관동의 강호로 손꼽히는 곳으로 이미 강자의 위치에 올라선 학교이다. 하지만 현재 위치에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 앞만 보고, 다 함께.

그리고 책 속의 인물들은 딱히 심각한 고민을 한다거나, 방황하는 일이 없다. 그건 이 책을 가볍게 볼 수 있는 장점인 동시에 별 생각없이 보일 수 있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나로선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녀석들의 머릿속에는 현재 '전국 우승!' 밖에 없는 듯 하고 읽는 독자들도 그에 전염되어 버린다. 머리 아프게 그들의 상처나 고민을 받아들일 일 없이. 그런 건 고등학생(예를 들면, < 저스트 고고 > )때나 실컷 하지 뭐! 라는 말이 들리는 듯 하다. (물론 외모상으로는 료마 외에는 절대 중학생으로 보이지 않지만=_=;;)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기로 마음먹었는데, 후회하지 않을 만큼 보고 또 보는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뒤돌아보지 않고 나아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흐름 그대로. 단 한 가지 꼭 바라는 것이 더 있다면, 선배들은 졸업하고 료마는 선배가 되어 새로운 후배들을 가르치는...식의 내용까지 이어지지는 않앗으면 한다. 전국대회에서 우승, 그리고 끝. 덧붙여 한 두편의 번외로 그 후의 이야기들을 살짝 엿볼 수 있다면 소장가치는 더더욱 뛰어날 것이라 믿는다. 무엇보다, < 테니스의 왕자 > 의 주인공은 때로 한 사람- 에치젠 료마가 아니라 '세이가쿠 중학교 테니스부 레귤러들'이라고 생각될 때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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