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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바이브 - 시를 친구 삼아 떠나는 즐겁고 다정한 여행기
김은지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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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바이브’ 책의 제목만 들어도 어쩐지 구수한 친근감이 물씬 올라온다.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국내의 여러 곳들을 다니며 추억을 모으고, 가장 친근한 동네들을 여행한다. 다니는 곳곳마다 지역에 맞는 추억들이 있고 또 새로운 것들의 탄생을 지켜본다. 작가의 동네에서 추억들을 엿보며, 나의 동네를 생각해보게 되고,작가가 간 장소가 내가 지나왔던 장소였던 경우 같은 장소지만 다르게 느꼈던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었다.

늘 해외여행만 주구장창 다니던 여행가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일상을 여행처럼.’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곳, 나의 일상을 보내는 이 서울을 여행이라고 생각해보자며. 그래서 매일 다니는 동네의 한 에어비앤비를 잡고, 가보지는 않았던 자주 보이던 동네 마트에서 재료를 사와 저녁을 해먹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동네 주변을 산책했다. 일명 나만의 서울여행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모든지 시선을 다르게 보면 우리의 일상은 꽤나 좋은 여행지가 된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나의 동네가 가장 좋은 여행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특히 작가의 동네 중 은평구 신사동에서 강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을 그린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우리 집 티코도 12년을 나와 이 동네(서울시 성북구)에서 함께했다. 언젠가 나도 티코를 또 다른 무지개 세상으로 보내게 되는 날이 온다면, 함께 산책하고 뛰고 걸었던 이 동네들이 조금 더 특별하고 색다르게 보이겠지. 무척이나 그리워 질 먼 미래의 나와 티코를 위해 더 많은 추억들을 번식해놔야겠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진화하고, 우리는 너무나도 작은 존재로 늘 같은 곳에 머물러있는 듯 하다. 나의 동네에서 아주 오래 된 가게들이 점점 문을 닫고 요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가게로 변화할 때 마다,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레 깨닫고 안타까워한다. 언젠가 우리도 사라지듯이 이 동네의 모든 것들도 제자리를 잃고 사라지겠지. 모두가 이 세계에, 한 동네에 존재하는 동안 우리 뿐 만아니라 그 장소들도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아껴주어야겠다. 그래야 그 공간들도 오래오래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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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위기 정치연구총서 4
조찬수.권혁용 지음 / 버니온더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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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위기 시대에 있다. ‘자유’ 라는 수식어가 사라지며 민주주의는 점점 퇴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정치양극화, 소득 및 다산불평등의 심화, 실업 및 고용불안 등의 구조적 문제 등 현재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결코 밝지만은 않다라는 것을 몸소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해답을 통해 나아가야하는가.

케빈나리즈니는 ‘민주주의 확산은 영국과 미국이 자유주의 패권국으로 존재할 때 일어난 현상’ 이라고 주장한다. 나리즈니의 주장을 뒤바꿔 말하면 어떨까? 민주주의 위기는 자유주의 패권국이 흔들릴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금 우리는 위기의 시대임이 틀림 없다.

‘민주주의는 보통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의 조건을 개선하며,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사회적 권리를 확대할 수 있을 때 작동한다.’ 이러한 민주주의 덕분에 우리는 오늘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민주주의의 퇴행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면,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도 결국은 침식되고 말 것이다.

문제는 모두가 느끼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 일수록 더욱이 투표권을 행사해야하고, 우리의 문제 뿐 만이 아닌 글로벌한 위기 문제 인 만큼 다양한 관점을 열어두고 보아야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 위기가 극대화되지 않을거라는 무언의 믿음때문에 쉬쉬하고 있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민주주의를 어떻게해서든 지켜내려 애쓰고 누군가는 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기회로 퇴행의 끝을 보게 하려 애쓴다. 이 모든 양극화가 부디 타협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더 나은 내일은 없다.

“ 우리는 민주주의를 생각하며 개인이 체감하는 경제상황과 한국사회의 불안에 주목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퇴행이 아닌, 진전은 시민들의 고른 안전감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을 제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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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라이프 - 한 정신과 의사가 40년을 탐구한 사후세계,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삶
브루스 그레이슨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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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아마 올해 읽었던 책 중 가장 배움이 있고,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이라고 장담해본다. ”한 정신과 의사가 40년을 탐구한 사후세계,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삶.“ 나는 늘 사후세계를 상상한다. 최근 조부모의 죽음으로 인해서 더욱이 죽음이라는 것이 나에게 아득히 먼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목인 애프터라이프는 삶 이후의 삶, 즉 사후세계를 뜻하며, 일명 코마상태나 죽었다가 깨어난(기적적인) 또는 혼수상태에 빠진 이들이 경험한 삶과 죽음의 경계인 임사체험에 대해 생생하게 이야기 해준다.

임사체험을 경험 한 이들은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죽음이 더 이상 두렵지 않고, 어쩌면 진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기회였다고. 인간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어떠한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마치 내가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기분 그리고 내 삶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며 그간 그렇게 중요치않다고 느꼈던 것들이 기억나기도 하는.

가장 놀라웠던 건, 우리가 영화나 미디어에서 본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인간 위에 CG기법을 사용하여 혼이 빠져나온 본인이 자신의 혼수상태를 보고 있는 장면이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수많은 임사체험자들은 잠시 죽어있는 본인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분리된 본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모든게 한 두명만 겪은 단순 영화같은 이야기가 아닌 것이 너무 놀라웠다. 그래서, 누군가의 죽음을 곁에서 지키고 있는 순간 장의사나 전문의사들은 우리에게 늘 말한다. 다 듣고 계시니 좋은 말씀만 전하라고. 그 말은 일종의 종교적인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것들은 일리 있는 사실이었다. 죽어있는 혹은 죽은 인간은 죽어서도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또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죽음은 고통만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죽음이라는 건 내가 돌아갈 그 이상의 삶이 있다는 것이었고, 죽음까지 다녀온 임사체험자들은 죽음,영성,삶의 태도와 삶의 의미나 목적의식이 긍정적으로 변화 한 삶의 변화척도가 되기도 하였다. 죽음은 어쩌면, 우리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행복의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진짜 편안함 그 이상의 상태.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음의 방관자이며 죽음의 당사자가 된다.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최근에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면 늘 좋지 않은 감정만 들었는데 이제 조금은 죽음을 인정하고 투병생활 하느라 괴로우셨던 현생보다는 더 편안한 길로 간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 조금씩 이렇게 모든 죽음을 인정하고 수용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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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얼굴이 궁금해
오휘명 지음 / 히읏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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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휘명 작가의 두번째 글을 접하게 되었다. 현재 쌀쌀한 이 연말에 너무나도 잘어울리는 한 편의 단편영화 같았던 ‘너의 얼굴이 궁금해‘. 낯선 이들을 항상 따스하게 반겨야하는 백신, 매일 매일 새로운 죽음을 맞이 한 이들을 반겨야하는 아현. 그들은 이전 오휘명 저자의 <메세지를 입력하세요>의 성하와 효빈처럼, A와Z 같은 사랑이다. 가장 멀어보이지만, 실은 가장 가까운. 그들에겐 같은 류의 울적함이 있고, 같은 분위기의 따뜻함이 있다. 그것들이 서로를 통하게 해주는 무언의 큰 힘이 되었다.

“네가 어떤 죽음을 맞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든, 내가 씻겨줄게. 옷 입혀줄게.”
매일 다른 종류의 죽음, 그 죽음에는 무연고자도 있으며 때로는 아주 잔인한 죽음으로 인한 인간의 형태를 한 외계생명체 같이 보이는 누군가를 겪는 그녀가 그에게 한 고백. 세상에 이런 고백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너의 죽음을 내가 책임진다는 그 말은 ‘나를 둘러싼 세계나 나의 사랑이 죽음을 맞음으로써 완전하게 끝나버리는게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서사처럼 역사처럼 계속될 거라고 믿는 일을 언제까지고 응원하는. 어쩌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사납게 몰아치는 시대를 돌파항 수 있는 비밀도 그 안에 있는. 나는, 절대로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사랑은 계속 될 거라는 잔잔한 약속’ 이다.

사랑은 어쩌면 깊은 불안을 반드시 초래한다. 사랑과 불안은 어울리지 않아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상응하는 단어다. 더욱 깊숙이 사랑하게 되어버리자 불안에 잠식되어 버렸고, 그녀의 과거들을 떠올리며 ‘왜’ 라는 물음표는 머릿 속에서 더욱이 증폭되었다. 어쩌면 불안은 사랑의 증명이다.

백신과 아현은 마치 어딘가에 그들이 서성이고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 또 나의 이야기 같았고, 내 주변의 이야기 같았다. 부디 그와 그녀의 사랑에는 종결이 존재하지를 않길. 불완전한 서로에게는 서로가 너무나도 필요하며, 어쩌면 본인들을 꽁꽁 숨기는 그들이 서로에게 마음과 몸과 그들만의 언어를 내어준 것 만으로도 서로의 소중함을 온전히 깨달았을 것이다. 우리는 결국 ‘사랑’없이는 어쩔 수 없이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로 이 세계에 던져졌다. 그러니, 나도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듬아주고, 끝없이 궁금해하며, 함께 생을 여행해야겠다. 마치 우는 아현을 주저없이 품 안에 끌어안던 백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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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케어
진보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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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주도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세상에서 나는 나로 살아갈 수 있는가?’ 이 책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는 어떠한 기억으로 인해 살아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 기억때문에 평생 안고 가야만 하는 트라우마로 본인을 망치기도 한다. 이 책의 썬시티는 이러한 부정적인 기억들을 통해 얻게 되는 슬픔,좌절,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없애주는, 무엇보다 고인이 된 가족의 기억을 삭제하는 메모리케어 라는 시스템이 도입 된 세상이다.

분명 기억을 삭제하는 건 세상의 모두가 트라우마 없이 건강한 정신상태로 삶을 영위하기 위함 이었지만, 부정적인 것은 곧 자신의 꼬리표가 되기에 긍정적인 기억으로만 타인에게 비춰지기 위해 오히려 거짓 된 삶을 살게 된다. 뿐 만아니라, 기억을 삭제하는 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들은 인위적인 것들을 생산해낸다. 주인공 봄의 할아버지와 썬시티의 위인인 할아버지 친구 분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현재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안식처를 마련해 준 윗세대들의 노력에 미안할 정도로 현 시대를 망치는 정권이나 기업등의 물을 흐리는 행태들과 같은 썬시티를 그리며 디스토피아를 은은하게 담고 있다.

‘기억’ 없이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가. 어쩌면 우리가 이 삶을 안전하게 누리고 있는 것 또한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기억들을 바탕으로 경험치가 쌓여서 일지도 모른다. 그런 기억들이 희미해지고, 특히나 가족의 죽음이 굉장히 슬프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지녀오기에 그 기억이 삭제 된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잔인하고 부자연스럽다. 나도 어떤 시기에는 어떤 이와 함께 한 기억을 도려내고 싶었고, 나의 옛 부끄러운 시절들을 지우고 싶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이 남아있기에 더 나은 개개인으로 반성하고, 깨닫고, 발전할 수 있으며, 다른 타인들과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기억은 존재하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그 기억으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현재까지 꾸려졌으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지구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떠난 나의 할아버지가 무척이나 그리웠다. 살아계실 때, 그리 많은 추억을 공유하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후회된다. 그래도 많지 않아서 더 소중한 기억들을 통해 할아버지를 영원히 추억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기억’의 존재에 대해, 또 사라진 이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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