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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얼굴이 궁금해
오휘명 지음 / 히읏 / 2023년 11월
평점 :
오휘명 작가의 두번째 글을 접하게 되었다. 현재 쌀쌀한 이 연말에 너무나도 잘어울리는 한 편의 단편영화 같았던 ‘너의 얼굴이 궁금해‘. 낯선 이들을 항상 따스하게 반겨야하는 백신, 매일 매일 새로운 죽음을 맞이 한 이들을 반겨야하는 아현. 그들은 이전 오휘명 저자의 <메세지를 입력하세요>의 성하와 효빈처럼, A와Z 같은 사랑이다. 가장 멀어보이지만, 실은 가장 가까운. 그들에겐 같은 류의 울적함이 있고, 같은 분위기의 따뜻함이 있다. 그것들이 서로를 통하게 해주는 무언의 큰 힘이 되었다.
“네가 어떤 죽음을 맞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든, 내가 씻겨줄게. 옷 입혀줄게.”
매일 다른 종류의 죽음, 그 죽음에는 무연고자도 있으며 때로는 아주 잔인한 죽음으로 인한 인간의 형태를 한 외계생명체 같이 보이는 누군가를 겪는 그녀가 그에게 한 고백. 세상에 이런 고백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너의 죽음을 내가 책임진다는 그 말은 ‘나를 둘러싼 세계나 나의 사랑이 죽음을 맞음으로써 완전하게 끝나버리는게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서사처럼 역사처럼 계속될 거라고 믿는 일을 언제까지고 응원하는. 어쩌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사납게 몰아치는 시대를 돌파항 수 있는 비밀도 그 안에 있는. 나는, 절대로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사랑은 계속 될 거라는 잔잔한 약속’ 이다.
사랑은 어쩌면 깊은 불안을 반드시 초래한다. 사랑과 불안은 어울리지 않아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상응하는 단어다. 더욱 깊숙이 사랑하게 되어버리자 불안에 잠식되어 버렸고, 그녀의 과거들을 떠올리며 ‘왜’ 라는 물음표는 머릿 속에서 더욱이 증폭되었다. 어쩌면 불안은 사랑의 증명이다.
백신과 아현은 마치 어딘가에 그들이 서성이고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 또 나의 이야기 같았고, 내 주변의 이야기 같았다. 부디 그와 그녀의 사랑에는 종결이 존재하지를 않길. 불완전한 서로에게는 서로가 너무나도 필요하며, 어쩌면 본인들을 꽁꽁 숨기는 그들이 서로에게 마음과 몸과 그들만의 언어를 내어준 것 만으로도 서로의 소중함을 온전히 깨달았을 것이다. 우리는 결국 ‘사랑’없이는 어쩔 수 없이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로 이 세계에 던져졌다. 그러니, 나도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듬아주고, 끝없이 궁금해하며, 함께 생을 여행해야겠다. 마치 우는 아현을 주저없이 품 안에 끌어안던 백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