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허에 떨어진 꽃잎 VivaVivo (비바비보) 3
카롤린 필립스 지음, 유혜자 옮김 / 뜨인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슬펐다. 표지에서 흐르고 있는 강물과 그 위에서 떨어지며 조용히 흘러가는 꽃잎... 그것이 왜 이리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처음 책을 펼치기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표지에서의 그 아련한 감정이 왜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솟구쳐 오르는 것일까?

 

  평소 입양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변에서 많이 접하는 터라 별로 낯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보고 들었던 입양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프고 슬펐던 이야기는 이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이 어느 고아원에서 입양되어 독일에 있는 부모와 같이 사는 줄 아는 레아에게 다가온 중국의 잔인한 정책과 그에 따른 비참한 현실은 내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데에 충분했으니까...
 중국 진시황의 이야기가 맨 처음 부분을 장식했을 때에는 얼마나 반가웠던지 모른다. 평소 중국 진시황에 대해 지식도 조금 알아 두었었고 그만큼 관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레아의 진시황과 관련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흥미를 느꼈던 그 진시황 이야기에서 사건의 시작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목이 턱 막혀왔다. 중국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무서운 일이 있었는데도, 바로 옆나라였는데도 이런 큰 사실을 몰랐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읽으면서도 목이 막혀오면서 레아의 고통이 떠올랐다. 중국이 시행한 잔인한 정책, 그것보다도 더욱 고통스러웠던 것은 바로 엄마의 잔인한 선택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갓난아이었던 언니를 강물에 떠내려보내고 자신까지 비닐봉지로 싸서 처음 본 외국인에게 넘겨준 엄마, 슬픔보다 분노를 떠올렸을테지.

 

 "결혼한 여자는 엎지른 물이다"
 같은 인격체인데 한 쪽으로 치우쳐 이렇게 모독을 주는 말이 또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나 자신이 여자라 그런지 이 구절을 읽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중국안에서의 조화를 위한 무서운 정책과 그 안에서의 남녀차별로 희생되었던 수많은 아이들... 어쩌면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완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여자란 같은 성을 가진 존재로서 약간의 부분만은 이해하고 또 위로할 수 있진 않을까?

 

 이 책의 마지막은 레아의 용서로 끝난다. 침묵의 용서.. 황허에 지금까지의 분노와 고통 그리고 처참하게 짧은 생을 마감했던 언니의 넋을 조용히 흘려보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레아의 슬픔어린 용서에 가슴이 짠해졌다.

 

  "중국에 온 이후 처음으로 분노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얀 꽃잎이 분노를 가져가고, 슬픔만 남겨둔 것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