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보급판 문고본)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나나가 발길을 돌려 우산을 든 채로 되돌아왔고, 아빠는 비에 젖은 채 찻길로 향했다.
내가 있는 곳까지 돌아온 나나는 우산을 내밀며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우산 빌려 가면 다시 돌려주러 와야 한다고 필요 없대."

 어쩐지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이 씁쓸해진 그날은 내 열한번째 생일이었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한순간 머리가 멍하고 마음이 비는 것을 느꼈다.
<노란 코끼리>를 읽고서 한순간도 잊지 못했던 구절은 아마 이 구절이 아니었을까.
아이답지 않은 성숙함에서 묻어나오는 씁쓸하고도 안타까운 이 기분은 아직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어떤 것이 이토록 요군에게 성숙함이란 상처를 내었을까..

 

참 순수한 소설이었다. 마음이 따뜻했고 또 요군의 입장에서 느끼는 생각을 읽으니 더 새로웠다.
어른스러운 11살 소년이 서술자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후에 느껴보는 새로운 감정과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는 책이었다.어른들의 이혼이라는 문제는 어쩌면 아이들에게도 치명적으로 정신적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이 책의 요군은 현명하게 대처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요군은 또래 아이들보다 너무나 성숙했다.
왜냐면 자신이 아빠를 대신해 엄마와 나나를 책임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이 어른스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요군은 어른스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먼 훗날, 요군이 어른이 된다면 기억 속에 남아있을 가슴아픈 열한번째 생일날.. 후일을 생각하니 나조차도 씁쓸해졌다.

 

오랜만에 순수하고 새로운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꽃눈이 내리고 난 후 거리가 하얀 봄날, 요군을 생각하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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