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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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품고 사는 사람은 환상도 함께 품고 산다. 윤성희는 자신만의 특기를 발휘해 그 고통과 얼기설기 얽혀있는 환상을 아주 매끄럽게 끄집어내고, 덕분에 우리는 환상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하게 된다. 그 환상인지 현실인지 모를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을 때 인간의 뇌가 분비한다는 쾌락 호르몬처럼, 우리로 하여금 환상에 빠지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얼음이 되는 상태”, 그러니까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위로가 충분히 쌓이도록 기다려주는 상태. 그 상태가 지속되고, 우리가 환상이 아닌 현실을 살아갈 충분한 힘을 얻게 되었을 때, 윤성희의 마법은 다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그렇게 위로 받은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윤성희식 환상 동화의 위로란 현실에서 환상으로 들어갈 때가 아닌,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에 온다는 것을.



이렇게 한 편의 소설을 읽고 난 뒤, 내 머릿속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신형철이 "윤성희는 윤성희보다 더 잘해냈다"라고 한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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