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7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그 옛날, 어느 동물농장에서 포악한 사람들을 내쫓고 동물들이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정도의 내용으로 시작되는 이 우화는, 그러나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서 독재자가 나타났고, 권력을 잡은 이들은 부패했으며, 마침내 사람들이 다스릴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이 되고야 말았다.

 

  "그러고 보니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의 시선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또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왔다갔다 분주했다. 그러나 누가 돼지이고 누가 사람인지 구별하기란 이미 불가능했다." (<동물농장>의 맨 마지막 구절.)

 

 이 얼마나 암담한 마무리인가. 다시 노예의 삶을 살게 된 동물들의 시선은 얼마나 허탈할 것인가 말이다. 한치의 희망도 암시하지 않은 채, 작가는 모든 변혁과 혁명은 다 부질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가?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진정한 희망은 인간성을 섣불리 미화하지 않고, 철저하고 가슴아프게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포악한 인간의 모습이 사실은 우리들(동물들!) 안에도 있는 것이었으며, 그것을 직시하고 늘 경계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이 경고. 이 책이 쓰여진 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는 이 역사의 진실을 생각하면, 저 암담한 마무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오히려 가장 강력한 희망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희망은, 다른 어딘가에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떠진 눈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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