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 - 조선 최고 지성, 다산과 추사의 알려지지 않은 귀양살이 이야기
석한남 지음 / 시루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물관을 가 본적이 언제인지....

사실 실증적인 측면에서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 박물관만큼 좋은 곳이 없는데 가깝지만은 않은 곳이 박물관이죠.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를 비롯하여 역사에는 그다지 가깝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현대생활을 만끽하며 지내던 중,

책을 읽은 것만으로 꼭 박물관에 다녀온 느낌이 드는 책을 발견했어요!!


바로,

석한남님의 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 입니다!!

 

처음 제목보고 드는 느낌.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되게 의아하죠? 유배를 즐겼다니.....

유배는 그거잖아요!! 조선시대의 형벌 중에 하나인 그 유배.

그런 유배를 즐기다니.... 이건 무슨 말인가.... 싶으실 거에요.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답이 보여요.

요즘같이 정신없고, 시끄럽고, 복잡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고요하고, 단조롭고, 한산한 그런 곳이 도움을 많이 주잖아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많은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누릴 수 있게요.

딱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요. 유배를 즐긴다는 것은.

권력이 뭐라고... 힘을 얻기 위해 치열하고, 각종 작당모의가 넘쳐나는 정신없는 정치에서 벗어나 유배란 오롯이 자신의 몸 하나만을 가지고, 누구의 생각도 아닌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곳, 그리고 그런 시간이 되었을 것 같아요.

당연히 유배 중이라 그 전에 누렸던 모든 것을 똑같이 누릴 수 없는 것은 감안해야 겠지만요.


그렇게 본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유배의 시간을 즐긴 분들 중에,

이 책은 제목에서도 나와있듯이 다산 정약용 선생과 추사 김정희 선생의 유배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실학자로서 박학다식한 면모를 역사 속에서 많이 보여준 인물이죠.

지금까지 전해지는 정약용 선생의 책의 양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많습니다. 훗날 후손들이 그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한데 엮은 것이 여유당 전서죠. 무려 150권이 넘어가는 양입니다.

이걸 다 언제 쓰셨을까... 하는 궁금증도 잠시, 국사 공부를 하며 저는 일찌기 그 답을 알 수 있었습니다.(나란 여자, 역사 공부하는 여자. ㅎㅎ)

바로 유배지에서 생활하실 때!!! 그 때 쓴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너무 놀랐었죠.


1표 2서로 분류되는 경세유표(중앙정치조직), 목민심서(지방정치조직), 흠흠심서(형법서)와 1목 2론인 원목(목민관(수령)의 역할-민본주의가 드러나 있음), 전론(도지제), 탕론(역성혁명론), 그 외에도 마과회통(종두법 제시), 아언각비(음운학), 아방강역고(역사지리서-발해가 언급되어 있음) 등의 책이 정약용 선생이 유배시절 쓴 책이라고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미 정계에서 떠난 후에야 백성들의 삶을 피부로 접했고 이런 책들을 집필하게 되었기 때문에 당시 정치에는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 당시 노론에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정치적으로 약체인 남인의 집안이었기 때문에 정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조직)에 관한 의견 등이 실제 정치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리 정조대왕이 예뻐하셨던들... 어딜가든 그놈의 시기와 질투가 문제지요..)

제가 위에 적어놓은 책들 말고도 여유당 전서에 포함된 150여권의 책들이 유배 되었을 때 쓰여진 것이라고 하니,

가히 유배를 즐겼다! 라고 할만 합니다.ㅎㅎ


또 당대의 명필로 알려진 추사 김정희 선생의 추사체나 명필이라는 평을 듣는 다른 문체들이 유배지에서 시간을 보낼 때 창조된 것이라고 해요.

그리고 유배시절의 김정희 선생은 단순히 명필가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정말 김정희 그 자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ㅎㅎㅎㅎ

저는 책을 읽고..... 속되게 말해서 정말 홀딱 깼다(?)!!고 표현할 정도로, 돈 많은 집의 떼쟁이 막내 아들 같은 ....느낌을 받았답니다. 김정희 선생의 집안이 그 대단했던 노론의 집안이었기도 했고요... 흠...

솔직히... 그래서 같은 책에서 다뤄지는 정약용 선생이 더욱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는 사실은 안 비밀입니다...ㅎㅎ



 

그만큼 유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그저 갇혀있거나 힘든 일상을 보냈을 것 같지만, 조금만 관점을 돌려보면 유배지에서 보내는 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유배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더라구요.


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를 통해서

역사 속의 인물들이 유배의 그 기약없는 긴 시간을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지냈는지를 그들이 가족들과 지인들과 주고받은 (책에 실린) 편지를 보며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단순히 역사 속에서는 그동안 전혀 알 수 없었던,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모든 것을 성찰하며,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유배 생활의 면면을 이 책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저도 고요히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피정이라도 떠나고 싶네요.^^



< 가디언(시루)에서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임을 알려드립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