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라 - 소설 이순신 어머니
박기현 지음 / 시루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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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충무공 이순신을 나라의 영웅으로서도 좋아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꽤나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의 뿌리를 알게 되었던 때부터, 이순신은 역사 속의 영웅이 아니라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이순신을 나라의 영웅이자 나의 영웅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주변에서 나를 보고 외유내강형이라고 자주 말하는 것을 들으며 지낼 정도로, 살아오면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 치여 힘이 들 때,

내가 굴하지 않고 더욱 단단하게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가 나의 뿌리에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를 시작으로 이순신이라는 영웅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많은 책과 영화, 그리고 또다른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그것들을 다 섭렵하고 말겠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나는 첫머리에 쓴 것처럼 단순히 '좋아한다'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이순신빠'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좀 무리가 있어서 마음 속에만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관점으로 이순신을 바라보는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나라를 위했던 충신이며 늘 어머니를 그렸던 효자로서의 이순신,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책이 아니다.

바로 그런 충무공 이순신을 통하여 바라본 그의 어머니, 초계 변씨의 이야기이다.

 

 

갑오년 1월 12일.

"잘 가거라,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라."

하고 두 번 세 번 타이르시며 조금도 이별하는 것을 탄식하지는 아니하셨다.

- 난중일기 가운데.

 

훗날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뒤에는 늘, 그를 키워낸 어머니가 계셨다.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번이나 이사를 다녔다던, 맹모삼천지교의 주인공인 맹자의 어머니,
'나는 떡을 썰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조선 최고의 명필을 키워낸 한석봉의 어머니,
'나라를 위해, 목숨 구걸하지 말고 죽으라' 하는 편지를 썼던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나라의 성웅이자 백성과 나라를 위한 충신이었던 충무공 이순신,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백성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 아들을 길러낸 그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작가후기에 그런 말이 있었다.

'풍전등화의 절대 위기에 놓인 나라를 구한 성웅의 어머니는 이름조차 남지 않았다. 나는 그 점을 눈여겨보고 이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요즘 다들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그들의 배경인 어머니를 살펴보기 시작한다. 하다못해 공부 잘하는 아이만 보아도 어떻게 아이를 가르쳤는지 그 아이의 엄마부터 잡고 물어보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는 왜 여전히, 어머니를 극진히 대하며 나아가서는 나라를 구한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랐는지는 궁금해 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은 참 씁쓸한 일인 것 같다.

 

소설 이순신 어머니에 대해 기록한 이 책은 '소설(fiction)'이다.

하지만 작가도 후기에서 말하고 있듯이 허무맹랑한, 단순히 있음직한 일을 적어 내려간 것이 아니라,

난중일기에 기록되어 있었던 어머니에 관한 내용을 토대로 역사적인 고증을 통하여 충분히 개연성 있는 내용을 기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고, 뭉클함을 느낀 것 같다.


 

이순신 어머니, 초계 변씨에 대한 이야기라는 표지의 딱 한 줄을 읽고 '순신이와 형제들 키우기' 같은 느낌이라고 가볍게만 생각했는데...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라』,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독자도 함께 키우는 어머니 같은 '이다. 

성웅을 키워낸 어머니가 책을 통해 당신을 읽고 있는 독자를 성웅과 마찬가지로 키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 같은 때에 이 책을 읽게 되어서 나는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몇 번인가 낙방의 경험이 있는 취업준비생이고, 연이 있다면 앞으로 가정을 돌보는 아내가, 그리고 아이를 키울 엄마가 될 사람이기 때문이다.

성웅이 될 아들이 무과에 낙방했을 때 변씨가 아들에게 해 주었던 말.

아버지의 일로 상처를 받아 낙심해 있던 남편과 기울어진 가계를 보살피며 했던 말과 행동들.

아들들의 성정을 파악하여 진로를 위해 도움을 주며 말과 행동을 아끼지 않았던 모습들.

그리고 나아가 가족과 종,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썰미까지도.

어느 하나 빼놓고 지나쳐서는 안 될 사람의 자세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 그리고 아이들은 그 부모를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어떤 환경에서, 어떠한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는지,

어떤 부모를 보며 자라왔는지에 대해 답을 내어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디에도 다시 없을 충신이면서 효자였던 이순신을 통하여 그를 키워낸 어머니인 초계 변씨를 바라보며,  그녀를 통하여 다시 이순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재조명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그저, 고증 통하여 있음직한 내용들을 적어놓았다 하더라도

이순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고, 또 아쉬울 뿐이다.

 

여기에 내용을 줄줄히 쓰기에는 다들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 많고,

스포를 통한 대리경험 보다는 책을 읽으며 이순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직접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시금,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위대함과

나라와 가족을 생각하는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애뜻한 정, 그리고 가슴 어느 한쪽에서부터 뜨끈하게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들아, 네게 아직 남은 것이 많으니 잠시 자리에서 밀려난 것을 너무 마음 쓰지 말았으면 하는구나. 한여름에 폭풍우가 몰려와도 반드시 물러가고 만다는 것을 믿어야 하느니. 네게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많은 부하와 백성이 남아 있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곧 만나볼 터이나 어미는 그때 만나더라도 이것밖에 해 줄 말이 없구나. 부디 자중하여 쉽게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며 네 스스로를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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