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미 작가님의 전작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의 저자소개글에서 “있으라고 쓰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마법을 믿는다.”라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나란히 어울렸기에 더욱 그랬다.현실의 커튼 뒤에 숨어 있던 환상 세계로 통하는 창문을 열어 형형색색의 단어들이 바람을 타고 들어오게 하는 작가님의 마법은 <마음 수거함>에서도 성공적이다.자신의 실수로 인한 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 꾹꾹 덮으려 했지만 결국 밝혀지고 마는 상처들, 다툼과 오해를 딛고 의지가 되는 동료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한 소녀의 성장. 훌륭한 재료들의 완벽한 레시피다.재미있다고 느꼈던 것은 ‘사용 설명서’의 효과였다. 정체 불명의 나무 상자에 딸려 있는 사용 설명서는 마음 수거함의 사용 방법을 가르쳐 주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경고함으로써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복선이 된다. 그리고 그에 앞서 이 단순해 보이는 상자, 그러니까 마음 수거함이 실제로 작동하는 마법의 물건이라는 믿음을 심어 준다. 의심을 잘라내는 데 이보다 좋은 장치가 또 있을까.여러 가지 마음에 각자의 색이 있다는 설정이 특히 좋았는데, 비록 그게 작가님이 최초로 고안해 낸 설정은 아닐지라도, <마음 수거함>의 내용에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살면서 겪는 일로 생겨나는 다양한 색의 마음들을 비워 내지 않고 자기 안에 꼭꼭 쌓아두기만 한다면, 모든 색이 뒤섞여 결국은 검정색이 되고 말 것이니까.아름다운 색들로 칠해진 삶을 이어가려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내보내야 한다. 사건은 다가오고 질문은 계속 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