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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과연 얼마나 악해질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24년간 지하 밀실에 감금되었던 소녀의 충격 실화를 소설로 재탄생 시켰다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는
끔찍하면서도 너무나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문구에 이 책을 선택했었다.
이 책은 아주 작은 방 안에서 시작된다.
태어날 때부터 그 작은 방 안이 이 세상의 전부인 줄로만 알고 있는 소년 '잭'과,
그 소년만이 유일한 희망인 소녀이자 엄마인 그녀.
그 둘의 삶을 소년 '잭'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아직 어린 아들에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의 끔찍한 '사실'을 차마 말해줄 수 없어서,
그 방안이 이 세상의 전부라 말해주는 엄마.
유일하게 빛이 들어오는 천장의 유리로 보이는 노란 것은
'하느님의 얼굴'이라 가르쳐줬다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법을 배우지 않아도 엄마라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아이의 시선에 맞추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방 안에서 오직 '올드 닉'이 가져다주는 일요일 선물만으로 살아야 하는 그들은,
다른 아이들처럼 장난감이 없어도 있는 물건들로 만들어가며,
전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책을 읽으며 가장 긴장되고 재밌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탈출 부분일 수 밖에 없었다.
바깥 세상을 그리워 하는 엄마와 방 안이 이 세상의 전부인 잭.
그들이 탈출을 해야한다와 하지 않아도 된다로 옥신각신 할 때,
그 둘 모두의 생각에 공감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만약 잭이었다 해도 굳이 위험을 무릎쓰고 탈출할 필요는 없다고 했을 것 같았다.
책의 후반부는 그들이 이 세상과 적응해가며 부딪히는 문제들과 이겨내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
아이의 심리에서부터 세상에 나온 뒤 혼란에 빠지는 엄마의 심리까지
너무나도 세심하게 잘 표현해내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만약 여섯살 아이의 엄마의 입장에서 읽었다면,
지금 내가 공감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언젠가 여섯살 아이의 엄마가 된다면,
그때 꼭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다.
그땐 아마 지금보다 더 절절하고 마음아프고 긴장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