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부터 80킬로미터 - 알래스카와 참사람들에 대한 기억
이레이그루크 지음, 김훈 옮김 / 문학의숲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평생을 추운 곳에서 살래? 더운 곳에서 살래? 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당연히 더운 곳이다.

계절 중 겨울이 제일 싫고 세상에서 추운 게 제일 싫은 나.

그런 나에게 세계일주를 하라고 한다면 절대 가지 않을 알래스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동경하고 있던 알래스카.

그런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래스카 사람이 쓴 책을 읽게 되었다.

 

 

날짜 변경선에서 동쪽으로 80킬로미터,

그곳에서 살아가는 참된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 

라는 문구는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절대 가고 싶지는 않은 곳이지만,

꼭 알고 싶던 곳.

그렇게 나는 전혀 아는 것 없던 알래스카와 첫 만남을 시작했다.

 

 

이 책은 크게 나누자면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중반 정도 까지는 작가가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어린시절,

그리고 작가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

또한 알래스카 사람들의 성향과 그들의 생활방식에 대해서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알래스카 사람들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재주를 타고 난다는데,

그래서인지 글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흥미있게 읽어나갔던 것 같다.

알래스카 사람들은 특히 가족애가 뛰어난 것 같은데,

가장 흥미로운 점은-

만약 누군가가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혹은 태어났지만 버림받게 된 상황일 때,

알래스카 사람들은 그 아이를 서슴없이 받아들여 자신의 아이로, 가족으로 키운다고 한다.

핏줄은 닿지 않지만 그 핏줄보다 더 끈끈한 가족애로 똘똘 뭉친 그들의 모습.

혈연관계를 유독 중시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참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들의 그런 모습이 참 인간적으로 따스해보였다.

또한 그들은 매년 사냥을 하고 물고기를 잡고 겨울을 대비해 음식을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온 가족이 팀을 이루어 함께 일을 해나가기 때문에 그들의 가족애는 더 끈끈해보인다.

 

 

 

책의 후반부는 작가가 성장을 하고 우연한 기회로 공부를 하게 되고,

그 과정 중 우연히 자신의 민족이 처한 입장을 깨닫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 당시 알래스카는 미국인들의 손에 들어가서 그들의 식민지 생활을 하며,

그들에 의해 자신들의 문화와 자신들의 종교, 자신들의 언어를 박탈당하고 있었다.

또한 아무것도 모르던 그들은 미국인들에게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들의 땅을 그대로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작가가 그 상황을 깨닫게 되면서,

미국을 상대로 자신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또한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도 식민지 시절이 있었기에,

그 글을 읽는 내내-

원주민들을 무지하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그들을 짓밟는 모습에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여전히 알래스카는 미국의 주이지만  

그래도 그 때 알래스카 사람들의 그만큼의 노력이 있었기에,

알래스카 특유의 문화나 언어가 말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이 강하다는 이유로,

상대가 약하고 무지하다는 이유로,

자기들 멋대로 문화를 말살하려 들고 그들을 억압하고,

그들이 가진 예쁜 이름들을 마음대로 영어 이름으로 바꾼 그들에게 정말 화가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친 환경과 가난 속에서도 끈끈한 가족애와 유머를 잊지 않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알래스카인들.

그들의 이누피아트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렇다. 나는 성나 있었다.

나는 우리의 가난에,

우리 목숨을 빼앗아가는 질병에,

우리 가운데 만연한 끊임없는 굶주림에,

우리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단정하고

비행기를 타고 떼거지로 마을에 날아오는

거만한 관료들에게 성나 있었다.-p.183

 

 

여러 세대에 걸친 우리 민족을 떠올리자 슬픔이 나를 삼켜버렸다.

나는 나 자신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 우리 민족과 조상들 때문에 흐느껴 울었다.

술에 만취해 망각의 늪 속에 빠져든 사람들 때문에,

원주민이라는 의식 자체를 상실한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삶과 맞닥뜨릴 수 없어서 삶을 끝장낸 사람들 때문에 울었다.-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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