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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줄리아 - 서른 살 뉴요커, 요리로 인생을 바꾸다
줄리 파월 지음, 이순영 옮김 / 바오밥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서른을 코 앞에 둔 나이에 연극 배우의 꿈을 갖고 뉴욕에 왔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채 정부 기관의 비서일을 하는 줄리.
책 소개글을 본 순간 이 책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녀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본 듯 했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라는 꿈을 가진 수 많은 사람들이 현실과의 싸움에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꿈과는 전혀 다른 직업을 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연극과를 졸업하고 졸업과 동시에 화려한 무대를 꿈꿨지만,
그것이 절대 쉬운일은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직업을 택했을 때..
그 좌절감은 아마도 줄리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유난히 이 책을 읽고 싶어했던 것 같다.
주인공 줄리는 유난히 감정적인 여자이다.
화도 잘 내고 '빌어먹을'이란 말도 서슴없이 뱉어내는 여자.
줄리는 현실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한 직업과,
'이사'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어쩌면 아이를 낳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짜증스러운 날들을 보낸다.
그러한 줄리에게 그녀의 남편 에릭은
요리를 해서 블로그에 올려보는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고,
그렇게 해서 줄리는 줄리아 차일드의 프랑스 요리 책에 나온 524가지의 요리들을
1년동안 해내는 <줄리&줄리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블로그가 흔해진 지금은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미를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많지만,
줄리가 프로젝트를 시작한 그 때엔 그 일이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녀의 블로그가 더 유명해진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유명해졌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 프로젝트를 성공함으로써 그녀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살던 그녀가 프로젝트에 도전을 하고,
그것을 성공함으로써 오는 성취감.
아마도 그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지 않았을까?
나의 기억으로 비추어 볼 때,
나도 서평을 쓰기 시작하고 블로그를 시작한 그 때,
매일매일이 행복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그 글에 답글을 달고,
그 답글에 또 답글을 달고.
아무것도 없던 내 블로그에 서평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서평을 쓴다는 것에 자신 없던 내가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나의 열정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줄리의 격한 성격과 그녀의 열정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바닷가재를 죽이지 못해 덜덜 떠는 여자.
달걀을 먹지 않는 여자.
그런 그녀가 만든 수 많은 프랑스 요리들.
그리고 자신을 이겨내는 과정들.
또, 그녀의 곁을 언제나 든든히 지켜주는 (매우 부러운)그녀의 남편 에릭과
그녀를 응원해 주는 조금 특이한 친구들.
비록 배우라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줄리는 참 행복한 여자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곧 영화로 나올 줄리&줄리아가 기대된다.
세상 곳곳에는 온갖 문들이 숨어 있고,
살다 보면 우연찮게 그 중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문을 발견한 덕에 우리는 기분 좋은 사업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바닷가재를 반으로 자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날 밤 나는 새해 결심을 했다.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늦는 편이 나았다.
나 자신을 극복해 보기로 했다.
줄리아 차일드가 간 길을 갈 수 있다면 기꺼이 해보리라 다짐했다.
누구나 그런 길에 이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 줄리아를 따라가고 있는 나는 운이 좋다고 해야 할 것이다.-p.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