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순례여행을 떠나라 - 회복과 치유의 길, 시코쿠 88寺 순례기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경민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에세이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뭔가가 달랐다고 해야할까..?

걷는 것을, 특히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건 죽기보다 싫어하는 내가-

왜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순례 여행'이라는 말이 주는 호기심..

그리고 '회복과 치유의 길'이라는 말이 주는 호기심.

그 호기심들에 못이겨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작가의 직업이 <희곡 작가>라는 것에  

연극 배우인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동질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여행은 알 수 없는 두통에 의해 시작되었다.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화내고 맥빠지는 생활 속에서 시작된 두통.

그렇게 시작된 순례 여행.

한때 나 역시, 나를 옭아매는 상황들 속에서 헤어나고 싶어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도망치듯 배낭을 싸고 떠났었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여행이 마치 내 여행인듯..

그렇게 책 속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작가가 시코쿠-라는 일본의 섬에있는 88개의 절을 도보로 여행한 기록들이다.

처음엔, 걷기만 하고 절만 둘러보는 여행이 과연 재미있을까 싶었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것이 이 여행의 전부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사방에 깔린 '길'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만남과 에너지를 주는것인지..

새롭게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 것은 단지 이동하고 둘러보는 것이 전부이지 않은데 말이다.

책을 읽으며 그녀가 여행중에 친절한 일본인들과 순례자들을 만날 때 마다,

괜시리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또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들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또한 그들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순례 여행이라는 것이 오랜 전통처럼 남아있는 시코쿠 섬에는,

순례자를 위한 방향 표지판, 노숙 순례자를 위한 최소한의 편의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고

지나가는 순례자를 위해 '오셋다이'라는 작은 물질적인 선물,

다정한 개인이 베푸는 순례자 전용 복지제도 같은 것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작은 시골 마을을 여행하면,

마음씨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여행자를 위해 밥도 주고 잠도 재워준다는 얘기들을 많이 듣긴 했지만,

시코쿠처럼 도보 여행 코스와 전통같은 것이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걷는다는 것의 의미가 새로워졌다.

예전엔 걷는 것이 마냥 싫고 힘들기만 했는데,

그건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목적지만을 향해 빠르게 걸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조금은 느리게 걷고,

주변을 둘러보고,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다면..

걷는다는 것이,

마냥 길게 뻗어있는 길이..

그렇게 힘들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마음속에 가고 싶은 수 많은 나라들 사이에,

하고 싶은 수 많은 일들 사이에,

자그맣게 한가지를 더 새겨 넣어 본다.

 

 

 

길 위에서 주운 수많은 이야기와 우연한 만남,

은연중에 저장된 기운.

나는 숨 쉬고, 설레고, 생의 에너지로 펄떡였다.-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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