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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 변종모의 먼 길 일 년
변종모 지음 / 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크게 가슴앓이를 한 것 같다.
책을 접하기 전부터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글을 보았다.
'척'하지 않는 진솔한 글을 쓰는 작가라고..
여행기를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망설이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맨 첫장 North America에서는
내 자신이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라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작가의 마음이 어지러워서였는지 그의 글은 어둡고 또 어두웠다.
그가 무슨말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흔하디 흔한 여행기처럼 무엇을 보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어둡고 침울하단 느낌 밖에는..
그저-그가 잃어버린 사랑에 많이 아파하고있고 도망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두번째장 Latin America를 읽기 시작하면서
그의 마음과 함께 나의 마음도 밝아졌다.
그는 그저 관광을 했다거나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한듯이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햇빛을 쬐며 길바닥에 앉아있거나
자그마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생각에 생각을 할 뿐.
하지만 다른 여행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글에는 그의 감정이 담뿍 담겨있고,
그 글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감정들이 마치 나의 감정 같아진다는 것이다.
쿠바, 마추픽추, 우유니사막..
그 이름만으로도 솔깃한 곳들의 이야기와 푸르고 하얀 사진들.
그렇게 점점 읽어갈수록 마치 나의 여행담인양 빠져들었고,
그의 감정이 담뿍 담긴 글 속에서 외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그의 글이 점점 슬퍼졌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세번째장 Southwest Asia로 넘어가서부터는 자주 책장을 덮어야만 했다.
파키스탄과 인도. 그 나라의 이름들에서부터 난 헤어나올수가 없었고
유독 사진들을 더 오래오래 보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물이 많아졌다.'라고 말하는 이 남자의 글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또 한번 책장을 덮고 한숨 한 번 내쉬며 눈물을 삼켰다.
내가 한 여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어떤 일이 떠오른것도 아닌데..
마냥 감정이 이입되는 마력을 가진 글...
책을 읽어나갈수록 책 읽는 속도가 더뎌졌다.
어쩌면 자꾸만 책장을 덮어야 할 일이 많아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의 여행은 갑작스럽게 끝이 난다.
정말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떠나던 그 때처럼...
앞으로 그의 책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도..사랑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처럼 솔직하고 담백한 서평을 쓸 수 없다는게 안타까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