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바깥바람 11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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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보곤 제일 먼저 놀란 것은 글자의 크기였다. 정말 깨알같은 글자크기 책이 수면제인 사람들에겐 글자크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기우였다.


이 책의 글쓴이는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 대표이자 작가겸 변역가인 최윤정 선생님이다. 어린이 책에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눈을 떴다. 이후 번역과 출판 기획 작업으로 프랑스와 한국 사이를 넘나들 일이 많아지면서 아이들과 책과 교육에 대해서 부단히 성찰하고 작가, 편집자, 사서, 교사 등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우리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어린이 문학 평론집 <그림책> , <미래의 독자> , <슬픈거인> , 에세이 <우호적인 무관심> , <뭐가 되려고 그러니?> , <책 밖의 작가> , <입 안에 고인 침묵> 등이 있으며 <늑대의 눈>, <악마와의 계약>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등 100여 권의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작품을 번역했다. 201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 훈장을 받았으며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책머리에는, 책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느꼈던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세상에 아이를 키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 또한 일을 하는 워킹맘으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정말 세상에 아이를 키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과연 있을까??
처음 이 직업을 가지고 첫 보수교육을 갔을 때,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자신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낫다고 집에 있다가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으면 자기 아이만 망치면 되는데, 여기서 일을 하게 되면, 수 많은 아이들을 망치게 된다"고 하셨다. 
지금도 간혹 내 자신에게 묻어본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또한 우리 세 아이에게는 어떤 엄마일까? 


 책은 크게 1부, 2부, 3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내 안의 아이, 내 앞의 아이 2부는 책 밖의 어른 그리고 3부는 책 속의 아이이다. 소제목들을 보면, 책의 내용을 진작할 수 있게 작가의 탁월한 제목 선택이 눈에 띈다. 그리고 또 하나 작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책들이 들어가 있어 적재적소에 내용에 맞는 책을 비유로 들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298페이지가 되는 책이 지루함 없이 술술 잘 읽혀졌다. 책을 처음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한번 더 읽었지만, 역쉬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동이 다른 책이다. '아~~ 이런 말도 적혀있네' 할 정도로 여러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읽을 때 마다 작가의 능력에 새삼 감탄하고 또 감탄하면서 읽었다. 책에 표시를 하고 싶지 않아 내가 특별히 감동을 받고, 인상깊었던 부분을 살짝 접어뒀다. 그런 부분이 20곳 가까이 되는 것을 보니 정말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다. 아이 엄마로써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 마음 이심전심이라 작가가 말하는 싶은 부분에 대한 공감도 많았다. 단지 에세이가 아닌 번역에 대한 나쁜 점들을 꼬집는 2부의 내용들을 보고 아직 우리 출판의 미래가 밝구나 하는 안심도 했다.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작가가 있고, 편집자가 있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며칠전 뉴스 기사에 "중학교 서술 논술 수행평가 %를 높인다"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 아이들도 말은 잘 하는데 말을 글로 옮기는 것에는 서툴다. 몇 줄 쓰면 더이상 쓸 말이 없다고 하거나 쓰기 귀찮다는 이유를 대서 더이상 쓰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자기의 생각들을 글로 자꾸 옮기다 보면,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표현들을 쓰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떠나서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데, 많은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


책을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곳을 몇 장면 캡쳐를 해보았다.


 어떻게 해서 작가가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 부터, 원고를 보내는 예비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제발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에 글을 쓰지는 말아달라고. 아이들에게 괜찮은 '선물'이 될 만한 이야기를 써 달라고" 독자로써의 진심이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 일 것이다.

작가는 책 중에서 좋지 않은 책은 어떤 부분이 좋지 않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읽은 책에 "죽었다" 라는 표현은 다르게 "~까지 살았다"라고 표기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똥이야기 책"에 대한 언급도 재미있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어른들의 세상의 모습은 어떨까? 황선미 선생님이 쓴 "나쁜 어린이표" 황선미 작가님은 항상 기발한 재치로 책을  읽는 아이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신다. (개인적으로 사인회에 가서 뵈서 너무 반가웠다. 작가님의 선한 눈으로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데~ 너무 감동스러웠다)


작가님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소개한 책. 읽은 책도 있고, 아직 접하지 못한 책도 있지만 소개하고 싶다.


1) 황선미 글, 김성민 그림 <샘마을 몽당깨비> , 창비 , 1999

2)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너도 하늘말나리야> , 푸른책들, 2007

3) 김향이 글, 김종도 그림 <내 이름은 나답게> , 사계절, 1999

4) 김우경 글, 오기철 그림 <우리 아파트> , 지식산업사 , 1999

5) 강숙인 글, 한병호 그림 <마지막 왕자> , 푸른책들, 2007

6) 우봉규 글, 이상권 그림 <금이와 메눈취 할머니> , 시공주니어, 1999

7) 방정환 글, 김병하 그림 <칠칠단의 비밀> ,사계절, 1999

8) 박기범 글, 박경진 그림 <문제아> , 창비, 1999

9) 이미옥 글, 원유미 그림 <가만히 있어도 웃는 눈> ,창비 2009

10) 강무홍 글, 정순희 그림 <좀더 깨끗이> ,비룡소, 1999

11) 이금이 글, 유진희 그림 <도들마루의 깨비>, 시공주니어, 1999

12) 이경혜 글, 권문희 그림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 푸른나무, 1998

13) 김영주 글, 고경숙 그림 <짜장 짬뽕 탕수육> ,재미마주, 1999


작가는 앞으로도 좋은 책, 특히 젊은 작가들이 많이 나왔음 좋겠다고 했다. 이름이 있는 작가들 책 뿐 아니라 정말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작가님이 많아 졌음 좋겠다.


3부 책속의 아이의 시작은 "생각하는 아이들은 어른들을 웃게 만든다" 라는 제목인데, <딩동, 하나님 편지 왔어요!> 라는 책을 소개해주고 있다. 아이들의 편지가 정말 웃게 만들었다.



이 책은 작가의 맺음말이 따로 없이 1,2,3부로 끝이 난다. 끝장까지 작가는 책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그 열심와 열성이 대단한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개미와 배짱이"는 이솝이야기 중의 하나다. 개미는 부지런하고 배짱이는 놀기 좋아해서 겨울을 대비하지 않아서 개미에게 먹을 것을 얻으러 온다. 마음이 착한 개미는 배짱이에게 먹을 것도 지낼 수 있는 곳을 제공해 준다. 개미처럼 부지런하고, 마음씨가 착해야 한다가 이 책의 교훈..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것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이솝이 그리스의 노예 였다는 사실. 노예라서 겪었던 많은 일들을 풍자처럼 이야기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배짱이가 배짱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고, 개미도 개미처럼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겠구나 싶었다.

1997년 1월에 출판한 책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허니에듀와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에 감사함을 드린다.


마지막으로, 평론부터, 번역, 편집, 출판 기회까지 한국 어린이 문학을 종횡무진 했던 저자 최윤정 선생님의 진심이 담긴 다른 책들을 소개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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