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말을 하는 곳
윤병무 지음, 이철형 그림 / 국수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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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친필싸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집에 있는 책 중에 작가의 싸인이 있는 것이 몇권 되지 않는다. 작가의 사인회를 가지 않는 이상은 친필싸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서평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응모를 했는데, 너무 기쁘게 당첨이 되었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싸인을 해서 직접 배송을 한 책이라니!!! 너무 좋았다. 

 자주가는 밴드에 자주 연재가 되곤 하는 글이라 글이 올라올 때 마다 읽고 댓글로 달고, 우리 맘들이 단 댓글에 직접 댓글로 달아주시는 작가님 ^^ 그래서 왠지 더 반가웠다. 단행본이 나왔다는 말에 만약에 서평에 당첨이 안되었다면, '사서 꼭 소장해야지' 하는 마음까지 먹고 있었다.


 "눈 속말을 하는 곳"

  작가와 그린이 소개를 먼저 하고 있다.


 밤하늘에 눈을 씻는 곳

 고향보다 더 그리운 곳

 웃는 법을 가르쳐 주는 곳

 배웅이 마중을 소망하는 곳

 절망과 희망이 함께 사는 곳

 누구나 마지막으로 이사하는 곳

 슬픔의 무게를 함께 들어주는 곳

 비결은 달라도 공통점이 있는 곳

 수천 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덤'이라는 마음의 저울이 있는 곳

 단돈 몇십 원으로 언어 예절을 배웠던 곳

이런 곳으로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책이 바로 "눈 속말을 하는 곳"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보이는 것과 보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람마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을 다를 것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장소의 개념도 달라질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곳"들은 따스함이 있고, 왠지 모를 뭉클함이 있다. 장소들 하나하나 추억이 묻어 있고, 작가의 생각도 마음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함께 그 장소 하나하나를 함께 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책은, 1부 2부 3부로 나눠져 있다.


 '눈속말'이라는 낯선 낱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귀에 소곤대는 말이 귓속말이면, 자기 마음을 누군가와 눈으로 주고받는 말은 눈속말입니다. 눈속말은 눈으로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의 눈빛과 표정만으로 마음을 읽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소통 여부를 떠나 그런 눈속말은 숭고합니다.


작가가 "눈속말"하는 많은 곳 중에서, 얘기하고 싶은 장소를 몇 군대 소개하고 싶다.


 누구나 마지막으로 이사한 곳  * 묘소

 몇 해전 시할머니께서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갔다. 산에서 아이들은 흙놀이를 했고, 시아버지를 비롯한 남자들은 묘소를 만드는 것을 도왔고, 나는 시어른들이 시키시는 일을 했다. 시할머니께서는 손자 중에 유일하게 우리 결혼식에 오셨다. 두고두고 다른 사람들은 왜 우리 결혼식만 참석을 하셨냐며 말들을 많이 했지만, 할머님이 우리를 아끼신 만큼 증손주들을 자주 보여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명절 때 생신 때 할머님을 찾아뵈었다. 암진단을 받기 바로 전 생신때도 무리를 해서 아이들은 데리고 할머님께 갔었고, 마지막 임종 전날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할머님께 갔었다. 한 손이 풍으로 인해 불편하셨지만, 우리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셨고, 안아주고 싶다며 힘들게 안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곤 한다. 우리 아이들도 하늘로 가신 왕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왕할머니에게 가고 싶다는 말도 간혹 했다.


 두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곳 * 엘리베이터

 아이들이 여러 명 이라서 데리고 다니다 보면, 엘리베이터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엘리베이터 예절에 대해서도 여러 번 얘기를 했다. 둘째 아이는 엘리베이터에 타는 할아버지&할머니에게 무조건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좀 창피했지만, 이제는 작은 아이의 예의에 아이의 인사를 친절하게 받아주시는 어른들이 감사하기도 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유모차를 이용할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 유모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거나 유모차를 내릴 때 문이 닫히지 않도록 버튼을 눌려주셔서 불편함 없이 다녔다.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덤'이라는 마음의 저울이 있는 곳  * 전통시장

 우리 동네에는 전통시장은 없지만, 재래시장이 두 군데 있다. '덤'이라는 인심이 있는 곳이라 근처 큰 마트로 있지만, 자주 재래시장을 이용하곤 한다. '전통시장' 큰아이를 임신한 후 포항 시댁에 갔었다. 시어머니님과 처음 전통시장에 갔다. 나는 복숭아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복숭아털 알레르기가 있어 누군가 깍아줘야 먹을 수 있는 것. 임신을 해서 그런지 복숭아가 너무 먹고 싶었다. "어머니 복숭아 먹고 싶어요" 했더니, 시장에서 복숭아를 사주셨다. "딸이에요?" "며느리에요" "딸이면 백도사주고, 며느리면 황도 사요" 라며 가게 아주머니가 말하자, "우리 며느리에요. 백도주세요" 라고 시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주머니는 멋쩍은 지, "아~~ 둘 사이가 너무 다정해보여서 딸인줄 알았다"며 덤까지 넣어 주셨다. 지금도 복숭아를 볼 때면, 그 때 그 아주머니의 말이 생각이 난다.


 가장 편안한 15분이 있는 곳 * 미용실과 이발소

친정에 가면, 친정엄마의 단골 미용실이 있다. 엄마의 단골인데, 나랑 동생도 그 곳에 자주 간다. 아이 셋을 다 데리고 친정에 가서 아이들 맡기고 가서 "지금 염색할 수 있어요?" 하면, 언제나 "먼저 해 줄께요" 하면서 사정을 봐주시는 미용실 원장님.. 머리 스타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이곳에 가면, 나도 모르게 수다쟁이가 되곤 한다.


 슬픔의 무게를 함께 들어주는 곳 * 빈소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얼마 안있어 대학동창 아버지의 부고가 왔다. 다들 어리고 아직 결혼도 안한 상태라 친구들끼리 결속이 강했다. 3일장에 3일모두 친구들이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그 후에는 경조사가 있어야 대학동기들을 만날 수가 있다. 그래서 경조사에 가서 함께 슬픔도 나누고 사는 이야기도 하는 곳이라 왠만하면 경조사에는 꼭 참석을 하려고 한다.


몇천 원짜리 기쁨이 기다리는 곳 *상설의류 할인매장

아이들 옷은 아울렛이나 대형마트의 의류매장의 이월상품을 사주는 반면, 내 옷은 상설의류 할인매장에 많이 가곤 한다. 아이들 챙기다보면, 항상 내 옷은 뒷전이 될 때가 많다. 다행히 처녀때 입던 옷도 맞는 경우가 많아서 옷을 많이 살 필요는 별로 없지만,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는 상설의류 할인 매장을 찾곤 한다.


오롯이 나 혼자 있는 유일한 곳 * 화장실

신혼 때 신랑은 화장실에 가면 1시간이 넘어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도대체 화장실에 전세를 내듯 화장실에 들어갔다. 이유를 물었더니, 화장실에 울림이 좋아서 노래부르기가 좋다는 이유로 신랑은 화장실에서 노래를 많이 불렀다. 부전자전인진 몰라도 요즈음에는 큰아이가 화장실에 가면, 꼭 노래를 부른다. 공명이 잘 돼서 노래가 더 잘된다고 한다. 나는 화장실에 책을 많이 가지고 들어간다. 혼자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혼자 만의 공간이라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할 것이 많으면, 책 한권을 들고 들어가서 책을 읽기도 하고, 샤워를 하면서 생각들을 정리하곤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기에 식구들이 모두 자는 밤에 주로 하는 일이다.


"눈과 눈의 마주침" 작가의 눈을 따라 작가와 함께 이곳 저곳을 여행을 하다보니, 소중하지 않는 곳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작은 장소를 작아서 소중하고, 특별한 장소는 틀별하게 소중한 곳..

장소 하나하나의 의미를 두면, 그 장소가 "눈속말을 하는 곳"인 것이다.

마음 길 동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허니에듀와 국수 출판사 그리고 직접 싸인 한 책을 배송까지 해주신 윤병무 작가님에 감사함을 드리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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