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위 우주 왕복선 아이스토리빌 33
최혜진 지음, 원혜진 그림 / 밝은미래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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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작가의 말처럼 "내 어린 시절엔 요즘처럼 최신식 게임기나 컴퓨터가 없어도 신나게 놀았어요."

 정말 그랬다. 나도 어린 시절 동네에서 동네 친구들과 저녁이 다 되어가도록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사방치기, 공기놀이를 하며 밖에서 신나게 놀았다. 요즈음에는 아이들이 다 학원에 가기 때문에 저녁 늦게가 되어야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논다. 그것도 시간에 쫓겨가며 잠시 들리는 식으로 놀이를 하기 때문에 놀이 다운 놀이는 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옥상 위 우주 왕복선"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아이들이 우주 왕복선을 타고 옥상에서 놀이를 하는 것이겠다.' '재미있는 어린시절 소환 이겠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갔다. 내용도 쉽고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고, 4학년 우리집 큰아이도 책장을 빨리 빨리 넘겼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자꾸 자꾸 마음이 무거워졌다. 책 속의 내용들이 내가 평소에 많이 하는 말 또는 우리 아이가 나에게 많이 하는 말 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도 4학년 아이의 어깨가 많은 집을 실어주고 있다. 2학년 아이를 데리고 매일 등교를 하라고 하고, 집에 오면 동생들하고 놀아주라고 하고, 놀고 나면 뒷정리를 맡기고, 동생이랑 말다툼이라도 하면 "너가 형인데, 혹은 너가 오빠인데 동생이 해달라는 대로 좀 해주면 안돼? 꼭 동생을 속상하게 하고 울려야 하는거야?" 라는 말을 한다. 이제 고작 11살짜리에게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

형노릇 오빠노릇에 동생을 챙기는 도우미에 엄마의 일을 돕는 도우미에, 큰 아이도 자기가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 항상 동생에게 양보하라고만 하는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찔렀다.

 아이가 책 속의 주인공이 폭발을 하는 장면을 보더니, "엄마 나도 저렇게 하고 싶은 때가 많지만, 엄마 생각해서 참는거야" 라고 말을 하는데 순간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핑돌았다.

 오늘 모처럼 동생들을 아빠에게 맡기고 둘이서 점심을 먹고 잠깐의 데이트를 즐겼다. 엄마 손에 깍지를 끼고 조잘조잘 얘기를 하며 길을 걸으면서 아이는 행복하다고 했다. 동생들에게 엄마를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엄마를 나만 차지하고  있다고...

 큰 아이를 한번 씩 안아주면, 둘째 아이는 눈치를 보고 막내 딸은 울음으로 서운함을 드러낸다. 다둥이라 한 아이만 봐줄 수 없으니 당연히 제일 어린 아이에게 손길이 많이 가다보니 나머지 두 아이에게 엄마의 손길이 덜 가게 된다. 반대로 학교를 다녀와서는 숙제도 봐줘야 하고 공부도 봐줘야 하니 두 아들에게 시선 고정이다. 그럴 때는 막내딸이 울면서 오빠들하고만 공부하고 자기는 봐주지 않는다고 성화를 부린다. ㅜㅜ 이럴 때 다둥이 엄마는 너무 힘이 든다. 형평성을 고려해서 아이들에게 다 골고루 엄마를 느끼게 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게 되기가 너무 힘이 든다.

 엄마를 셋이로 똑같이 나눠서 주지 않는 한 어떤 아이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책은 동화책인데 나에게는 법학의 무거운 책보다 더 무거운 책으로 느껴졌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큰 데, 확실한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책 표지에도, 힘 든 큰아이가 보인다. '동생들 때문에 힘든 거겠지?' 생각을 하니 왠지 큰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옥상 위 우주 왕복선을 타고 환상적인 우주여행을 떠나자!! 진짜 신나는 여행이어야 할텐데.....

 

 작가의 말을 보면, 어린시절을 추억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차례를 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옥상에 우주선을 만들었고, 그 우주선이 어떻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마지막에 "옥상 위 우주 왕복선"이라고 나와있는 것을 보니 다시 우주 왕복선을 만든 것 같다. '아이들은 왜 풀이 죽었을까?' 차례만 봐도 유추가 가능하다. 아이들이 만든 우주 왕복선이 망가졌을 거라는 것을...

 

옥상에 우주 왕복선을 만들었지만, 그만 문이 찢어져버렸다. !!

 

엄마의 부탁으로 동생들의 선장님이 되기로 한다. 아이가 너무 지쳐있는 표정이 안스럽다. 꼭 우리 큰 아이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ㅜㅜ

 "천왕성, 넌 언제 철들래!! 형이면 형답게 굴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나! 형이라는 게 하는 짓이 쌍둥이랑 똑같네. 똑같아."

엄마의 말 폭탄에 내 마음의 휴화산이 뻥 하고 터져 버렸다.

이 책의 가장 클라이맥스이다. 어쩜 우리집 상황도 이렇게 비슷한지.. 큰 아이에게 이 비슷한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던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엄마의 말이 아이에게는 폭탄이 터지는 것 만큼의 충격이라는 말에 다시금 큰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ㅜㅜ

 

"왕성아, 엄마가 미안해. 너도 아직 아이인데, 가끔 엄마가 그 사실을 까먹어. 엄마는 너를 믿으니까, 너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왕성이 네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엄마 마음, 왕성이가 알아주면 좋겠는데....."

밤에 자는 아이에게 고해성사 하듯, 참 많이 하는 말이다. 아이에게 이해를 구하고 용서를 구하고, 하지만 정작 아이가 받는 수많은 상처들은 말한마디로 다 회복되지 못할텐데...

언젠가 큰 아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 나는 엄마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맞냐고?"

너무 큰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많이 한 거 같다. 말문이 막혔다. ㅜㅜ

 

차례에서 봤던 장면이다. 나의 예상처럼 왕복선이 찢어지고, 비가 젖어 망가져서 아이들이 실망하는 장면이 맞다. 이 장면을 보고 주인집 할아버지가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을 위해 할아버지가 나설 듯 보이는데....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상자를 구해주셨고, 아이들은 다시 우주왕복선을 만든다. 너무너무 신나게~~~~ 5.4.3.2.1. 발사 !!! 주인집 할아버지는 또 시끄럽다 하시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이렇게 이 책은 마무리 되고 있다.

아이스토리빌 주요도서 소개이다. 이 중에서 읽어 본 책은 없지만, 제목들만 봐도 너무너무 흥미 진진할 거 같다.

[아이스토리빌: 어린이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가 담긴 창작 이야기 마을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찔림이 많아서 얼굴이 화끈 거렸다. 다둥이 집이니까 사건 사고도 많고 아이들 개개인의 개성이 너무 강해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우리 집. 첫째는 첫째라서 첫째니까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동생들에게 양보도 해야 하고, 둘째는 형이랑 동생 사이에 끼어서 이쪽 저쪽 눈치보느라 바쁘고, 막내는 오빠들이 다 양보해주길 바래고, 아이들이 나름에 이유가 다 있겠지만 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충족해주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서로 배려를 해주라고, 양보를 하라고 본의아니게 강요를 많이 한 것 같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엄마, 내 마음은 지금 이래요" 라고 '자신의 마음에 있는 말들을 쏟아내고 싶지는 않을까?' 시간을 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봐야 겠다.

아이들과 진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신 허니에듀와 밝은 미래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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