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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알라딘을 방문하면 대문에 대대적으로 선전해 대는 통에,
한 번 읽어 볼까? 하고 이번 주말용으로 구입하였다.
공쿠르 상 후보에 올랐고 수상이 유력하다는 선전 문구에 속는 셈치고 말이지...
그런데, 작가는 프랑스인인데 (원래는 스위스 출생), 작품은 매우 전형적인 미국 스릴러이다.
제1권을 반 쯤 읽고 있는 현재.. 재미 하나는 확실하다.
난 이런 유형의 미국식 소설, 참 좋아하거든..
(비슷한 느낌의 작품으로 '수비의 기술' 이나 '사우스브로드' 혹은 '소년시대' 같은 작품들이다.
모두 하나같이 상당 수준을 자랑함과 동시에 무지막지하게 재미있다)..
그런데, 소설 중에 나오는 해리 쿼버트에 대한 기술을 보면,
이 인물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 JD 샐린저가 모델이며,
그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One-hit wonder 이며, 뉴햄프셔에서 은둔하고, 띠동갑 소녀와의 로맨스 (불륜?),
'악의 기원(해리의 힛트작)' 집필의 계기가 소녀와의 love affair 였다는 점 등등이
자연스럽게 샐린저를 연상시킨다.
뉴햄프셔 시골에 대한 기술은 영락없는 데이빗 린치의 '트윈픽스'다.
초반에 깔아놓은 설정과 복선들을 보니,
진짜 살인범이 누구인지 이미 감을 잡았는데,
내일쯤 읽을 2권에서 내 추정과 맞는지 맞춰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할 것 같다.
(To be continued..)
토요일에 1권을 다 읽고, 일요일 오후부터 2권을 잡은 이후
식사할 때만 빼고, 저녁 늦게까지 꼬박 이 책의 마지막장까지 내달렸다.
어휴~~!
1권을 읽으면서 진짜 살인범이 누군지 지레 짐작으로 찍었는데,
다행히(?)도 맞추긴 맞췄다.
뭐, 논리적으로 잡은 건 아니고, '
가장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이가 범인이다'라는 고전적인 원칙으로 찍은 거니까.. 하하..
1권에 비해 2권은 진짜 숨쉴틈 없이 읽어제껴야 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친다.
1권의 약간 지루해 보이던 전개는 2권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김성모식 표현..)
막판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라니..
그런데, 이 작품의 진짜 반전은 진범이 누구냐 보다는
'악의 기원'이라는 책 그 자체였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라서...)
얼핏 보면
'호밀밭의 파수꾼' 저자가
'트윈픽스'의 무대에 뛰어들어
'시라노' 이야기가 또 다른 곁가지로 진행되는 식의
소위 '우라카이' 같은 느낌을 주지만,
워낙 치밀하게 잘 짜여져 있어서 흠이 되진 않는다.
큰 줄기는 스릴러,
그와 동시에 베스트셀러를 써야 하는 작가의 고뇌와
상업적인 전략을 꾸미는 출판사의 실제 뒷 이야기가 같이 병행되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과정도 교묘하게 같이 깔리는 식의
입체 구성으로 매우 영리한 만듦새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인들에게 강추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사족: 소설 중에 가끔씩 주인공의 노망 내지 푼수끼 있는 어머니가 전화를 해서
주인공에게 말도 안되는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으며 말고문을 하고,
주인공은 역정을 내는 대목들이 종종 나오면서 웃음을 준다.
하지만 몇번 이 대목들을 읽다 보니,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내 어머님이 나에게 해 대던 잔소리들이 기억나서,
갑자기 그리움이 사무쳤다.
9월말이면 3주기인데, 이번 위령 미사와 연도는 좀 더 절실하게 드려야 하겠다.
부모님 살아실제... 말고문을 해도 역정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뒤늦게 후회하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