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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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메리는 미식 축구 NFL을 잘 아신다면 익숙한 용어다.

최대 6점차이로 뒤져서 패색이 짙은 경기 종반 몇 초를 남기고 쿼터 백이 '에라 모르겠다, 저희를 구원해 주소서, 성모님! (Hail Mary!)' 하면서 자기 진영에서 거의 70-80야드 떨어진 상대방 엔드라인으로 냅다 공을 던지는 행위다. '우리 편 아무나 받아라' 하면서. 

받으면 7점까지 얻을 수 있어서 대 역전극이고, 못 받으면 쪽박.

그런데 이 상황이 1년에 한 두번 정도 연출이 되곤 한다. 농구로 말하자면 버저 비터.


태양의 에너지를 잡아 먹는 외계 미생물 띠로 인하여 지구가 망하기 직전 상황에서, "헤일 메리!" 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특공 우주선을 보내 이 상황을 도박처럼 해결하려는 계획이 헤일 메리 프로젝트다. 하필이면 주인공이 여기에 엮인 것이고.


전작 'Martian'도 그랬지만 과학적 추론으로 상황을 풀어나가는 주인공의 행보가 이 작품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은근한 익살로 표현들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사실은 그 내용들이 수학, 물리, 양자 역학 등의 지식들로 가득 차 있어서, 이과 출신이 아니신 분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난이도다. 즉, 쉬워 보이는 대중 소설의 탈을 쓴 하드 SF.


'마션'도 그랬지만, 앤디 위어의 작품에서는 SF 고전 3대 천왕 중 하나인 故 로버트 하인라인의 영향이 느껴진다.

주인공이 자신의 과학 지식을 최대한 발휘해서 머리를 굴리며 각종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하인라인의 고전 SF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의 전개와 딱 닮았다. 


우주 미생물 잡으러 간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슬슬 지루해질 대목에 접어들면, 생각지도 못 했던 외계인과의 조우가 이루어진다.

즉, 기본적으로는 제3종 근접 조우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서로의 의지로 교류를 하는 것이므로(그 외계인의 행성 또한 지구와 같은 풍전등화의 운명이었다), 제 5종 조우를 하는 셈이다.

여기서부터는 할 클레멘트의 작품 '중력의 임무'의 영향 또한 분명히 받았다.

솔직히 이런 전개는 예상을 못 했기에 다시 각을 잡고 독서에 가속도를 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재미있어진다.


외계인이라 해도 이렇게 대등하게 만날 수 있다면 의사 교환 수단은 역시 과학이다.

만약 우주에서 외계인을 만나면 즉각 전투 모드로 들어가 뿅뿅 레이저 광선총을 쏘아댈까, 아니면 각자 문명의 과학 지식들 중 공통점들을 찾아 내면서 서로 조심스럽게 (거의 우호적으로) 접근할까?

왜 우주로 보내는 요원들을 플래쉬 고든이나 버크 로져스 같이 싸움 잘 하는 용사가 아니고 따분한 이과 공돌이들로 구성해서 보내는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에겐 약간의 행운도 따르긴 했다.

주인공은 과학자이지만 외계인은 솜씨 좋은 기술자였다. 과학자가 이론을 제공하고 외계인이 기술을 발휘하니 최고의 콤비.

둘 다 과학자거나 둘 다 기술자였으면 글쎄.. 전망이 썩 좋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면 굉장히 심각한 내용일 것 같지만, 음..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심각한 게 맞긴 맞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은근히 익살스러운 페이스를 내내 유지한다. 

심지어 외계인조차 은근히 웃긴다. 

하긴, 이런 고난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이 생존에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그러고 보니 '마션'도 위험한 상황임에도 시종일관 해학적이었다. 

이 작가의 성향인 듯.


결말은 예상 외로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다.


정말 이 작가는 독자들에게 지적 허영심을 최대한 충족시켜 주면서 동시에 최대치의 만족감까지 선사해 준다.

이 정도면 뭘 더 바라겠는가? 최고의 SF 소설이다.


역시나 할리웃에서 영화화를 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주인공을 라이언 고슬링이 맡는다고 하는데, 잘 고른 것 같다.  

그러나 가장 기대되고 가장 우려되는 역은 따로 있다.

'교황에게 커피를 타 오라고 시킬 수 있는' 도도한 여 상관 스트라트 역할을 누가 할까. 

이 빛나는 scene stealer 조연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영화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외계인 로키는 CG로 처리하겠지만, 과연 어떻게 연출하느냐도 상당한 난이도일 듯.

아마 외계인 연기는 역시 더그 존스나 앤디 서키스가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OST는 비틀즈 곡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어쨌든 영화 또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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