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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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당신 인생의 이야기' 

2010년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 이번 작품집에도 실렸다.

무려 17년만에 드디어 두 번째 작품집 '숨'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냉큼 구입했다.

테드 창이다. 

무슨 긴 말이 필요한가.


1.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 시간 여행 이야기인데, 과학 소설이라기 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환상 소설에 가깝다.  사전 지식 없이 읽으면 한 편의 아름다운 아라비안 나이트 소설로 여기기 딱 좋다.


2. 숨 (Exhalation)

: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뭔가 희한하다는 느낌을 받더니, 다 읽고 나서는 결국 한 번 더 읽어야 했다.

테드 창, 정말..

엔트로피 개념을 소설화 하다니.


3. 우리가 해야 할 일

: 여기까지 읽으면서 테드 창이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자유 의지의 부정' 즉 운명론 쪽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집의 첫 두 단편도 결국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고 이 단편도 그러하고, 특히 전작 '네 인생의 이야기'도 바꿀 수 없는 미래를 알면서도 순응해 가는 엄마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마찬가지.

https://blog.naver.com/mogulkor/220940265964 

약간 우울한 결론인 셈이다.


4.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https://blog.naver.com/mogulkor/130174038767 


5.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이건 좀 쉬어가는 페이지.


6.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이번 작품집에서 내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단편이었다. 

실로 여러 가지를 말해주고 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얼마나 주관적으로 왜곡된 것인지,

혹은 차라리 왜곡 시켜서 기억되고 전승되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닌지 등을 주제로 미래 사회의 인류와 아프리카 오지 미개인들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면서 전개하고 있다.

미래에서는 최 첨단 동영상 기억 장치를, 오지에서는 종이와 필기구를 매체로 기록 하지만 결국 주제는 하나로 모아지는 절묘한 구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이 내 가슴을 쳤던 것은 (조금 주제에서 벗어나지만)

주인공과 딸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묘사하는 대목이었다.

소설 속에서의 내용이지만 정말 그 조그만 반전(읽어 보시면 안다)에 뒤통수가 얼얼하였다.

가족은 사랑으로 맺어지고 있지만, 평생 가는 아픔과 상처를 주는 것도 가족이다.

내가 아비랍시고 내 딸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줬던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또한 나 자신이 기억을 왜곡시키면서 자기 합리화를 했었던 적이 없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금 반성하게 되었다.

인생은 짧다.

사랑해 주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나는 잊었는데, 자식들은 가슴 속에 반흔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다시금 돌이켜봐야 하겠다.


7. 거대한 침묵

음.. 이건 뭐랄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돌고래들의 경고를 연상케 하였다. 혹시 그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나 하고 이 작품집 말미에 있는 작가 노트를 읽어 보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8. 옴팔로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과학이라는 것이 종교에 잠식되어 버려서 창조론이 진화론을 밀어내고, 모든 것이 조물주의 의도대로 이뤄졌다고 믿는 세상이 되었다면 아마 이 단편에서 묘사되는 그런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9.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수 없이 갈라진 평행 우주들의 자아와 노트북(이 작품에서는 프리즘이라 칭한다)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설정을 하고, 이에 따른 각종 상황들을 현란하게 풀어간다. 테드 창의 상상력에 다시금 경의를 표하게 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집에서 영화화할 작품을 하나 고른다면 단연 이 단편이다!

감독은 당연히 드니 빌뇌브가 해야 하고.


이번 작품집은 수학, 물리 지식을 기반으로 깔고 있었던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비교해서 전반적으로 읽기가 좀 더 쉬워졌고, 좀 더 아름다운 느낌이다.  문과적 감성이 강하신 분들도 전작에 비해 꽤 친근하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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