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유쾌한 자력갱생 인생 구출 대작전
마에노 울드 고타로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적에 파브르 곤충기에 빠져서, 그를 롤 모델 삼아 곤충학자의 길을 시작한 순수한 (정말 순수하다...) 일본 젊은이. 

메뚜기로 평생 전공을 삼았다가, 메뚜기의 본 고장(?)인 아프리카로 용감하게 뛰어든다. 

어찌 보면 별로 지혜로운 결단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무모한 오다쿠는 아니었고, 현실 인식이 확실히 되어 있는 기특한 젊은이였다. 

그 증거는 바로 이 문장 속에 함축되어 있다. 


꿈을 말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사회라는 집단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 저 위대한 파브르조차 곤충 연구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어 교사를 하면서 생계를 꾸렸다(본 책 117쪽).


나름 현실 감각은 있으되, 학문적 순수 열정이 더욱 압도적이라 그런 결단을 내린 듯. 

그래도 아프리카 현지로 가서 정열적으로 메뚜기 연구에 임하지만, 돈 문제(주로 연구비를 말함이다) 등등에 대해서는 또 그렇게 현실적일 수가 없다. 물론 이재에 밝은 건 아니고, 오히려 어리숙해서 항상 당한다는게 문제. 

(이거 웃기는 상황 맞지?)


그의 최고의 꿈은 수억마리의 메뚜기 떼를 직접 영접(?)하며 연구에 하이라이트를 만들고 싶은 것.

그가 간 모리타니가 바로 거대 메뚜기 떼가 출몰하는 곳이었다.  벅찬 희망을 안고 모리타니 메뚜기 연구소에 정착했으나..

아 글쎄...

하필 그 시기가 모리타니에서 역대급 가뭄이 온 탓에 메뚜기 떼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연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설마 '메뚜기 없는 상황'이 생길 줄이야. 최악이다.

떼로 발생한다던 메뚜기가 흔적도 없다니, 대체 나는 뭐하러 아프리카까지 왔단 말인가. - 190쪽.

(이거 웃기는 상황 맞지?)


초조하게 세월을 보내며, 연구비마저 다 떨어지고(끊기고), 이 젊은이의 궁상맞은 처절한 생계형 몸부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메뚜기 연구 관련 블로그질에다 아프리카 메뚜기에 대해 쓴 책 출간, 잡지 연재, 토크 콘서트, 인터넷 동영상(니코니코) 활동, 이 책 표지에 나온 것처럼 초록색 전신 타이츠를 입질 않나(종반부에 거대 메뚜기 떼를 영접하는 의상으로 쓴다), 모리타니 민속의상을 입고 메뚜기 채를 들고 나오질 않나...

Money 가 문제인데 무슨 짓인들 못하리?

이렇게 닥치는대로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며 대중의 시선을 모으고, 이는 결국 훗날 재기의 발판으로 삼게 된다.


이 책은 일단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서 딴 생각을 하거나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전형적인 page-turner 다(실제 고생담을 기술한 수기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읽는 내내 자주 웃음보가 터진다.

뭔가가 될 것처럼 잔뜩 변죽을 울리다가 갑자기 허무하게 고난에 빠지곤 하는 주인공의 상황들이 내 머릿 속의 웃음 중추를 어김없이 건드리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거 웃어도 되는거야?' 하는 guilty pleasure 또한 동시에 들면서 말이다.  이런 걸 요즘 표현으로 '웃프다'고 하던가?   그저 순진하기만 한 주인공의 행보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결국 고난 끝에 낙이라 했던가?

나름 무사히 연구 활동을 마치고, 모리타니를 떠나려는 순간 그렇게 그리워 했던 거대 메뚜기 떼와 드디어 마주친다.  초록색 전신 쫄쫄이 타이즈를 입고.

이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을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메뚜기들아! 나를 잡아 먹어!"


젊음과 열정으로 순수하게 학문 연구에 정진한 젊은이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런데 자꾸 웃음이 나면서도 슬픈 감정도 동시에 드는 희한한 수기였다. 


이 책은 실화에 근거한 수기이지만 여느 소설들보다 훨씬 나은 흥행성을 가지고 있다.

단언컨대, 반드시 영화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마 대단한 블랙 코미디 작품이 나올 듯 하다. 


사족: 이 책에서 가장 웃겼던 대목은 주인공이 다리를 전갈에 쏘인 후의 상황들이었다.  하필이면 독성이 강한 전갈에게 쏘인지라, 다리가 퉁퉁 부었고 생명의 위협까지도 느끼던 상황이었다.  그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면서 연구소장과 경비아저씨가 민간 요법(?)을 시전한다.  그건 다름이 아니고, 쏘인 다리에 손을 얹고 주문을 외우는 것이었다.  주인공이 그들의 정성(?)에 고마워 하면서도 속으로 '저.. 그냥 약 주시면 안 돼요? ㅠㅠ; ' 하는데 왜 이리도 guilty pleasure 와 함께 웃음을 참을 수 없던지..   이 책에는 이런 식의 개그가 정말 빈번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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