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미(美)를 유려하게 담아낸 문체와 호흡을 가늠할 수 없이 휘몰아치는 전개는 중단편의 물리적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어 압도적인 흡인력을 선사한다. [1] 선화 蟬花더러운 세상을 알고황홀하고도 난만한 세상을어찌 알겠느냐?- 이 몸과 함께 살고 지고- 네 몸과 함께 피었다 지고[2] 화선 花仙구원은 여럿 얼굴을 하고어리석의 신선의 연민은 무엇을 바라지상에 비꽃을 흩뿌리는가[3] 권커니, 그대여 종일토록 취하시라그리운 이는 세상을 떠나 무엇을 남기나발자국을 남길까 걸음을 따라선다혹여 향기 흘릴까 시린 공기 한껏 들이쉰다두볼에 흐르는 별가루엔 그리운 내음새 없다[4] 누마의 여름‘신의 뜻을 듣고, 그것을 말하는 자’의 불온한 기도예지인가 망집인가? 아직 오지 않은 여름날의신라 화주(花主) 청여혜, 그는 어떤 얼굴로 누마를 품에 안을까[5] 화적 花賊세월에 가차없이 흔들리는 타인의 사랑을 관조하며‘나라면 아니 그럴 것이야’ 쉽게 내뱉곤 했지만결국 ‘말했어야 했다’고 울부짖는 헌오의 오만과 회한에 대하여[6]연화검, 혹은 흩날리는 티끌사사로운 정이 무엇이길래흩날리는 티끌찰나의 시간다잡은 마음 흔들리게 하는가[7] 동백철모르고 핀 동백때가 아닌데 핀 생명은 차갑게 저문다모두가 꽃으로 살다 떠나는 세상 한 가운데서, 붉은 자국 남긴 동백의 따스한 연정[8] 그리고 낙원까지아버지 원수에게 검을 배우는 열여덟살의 설(雪). 그녀에게 기꺼이 목숨을 내어주는 스승 연교. 채 누르지 못한 연심의 마침표—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여덟편의 이야기. 줄어드는 책장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