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도시 이야기 - 상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시오노 나나미 지음, 정도영 옮김 / 한길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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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는 앞은 바다이고 뒤는 야만족의 내습의 위험이 끊이지 않는 한계적 역경에서 불굴의 의지와 합리적 정신으로 바다의 일부인 개펄지대를 잘 관리하여 수상도시를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야만족의 습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개펄지대 깁숙히 더 깁숙히 들어갔지만 후에는 안전하고 건강한 수상의 근거지를 마련하고 바다로 진출하게 된다. 이들이 값싸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배를 고안해내고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기술과 제도를 만든 것은 그들의 성공의 발판이 되었다. 후로도 베네치아 인들은 당시의 다른 나라와는 다른 진보적인 제도와 생각으로 해상제국으로 번창해간다. 자원도 없고 인구도 많지 않은 베네치아의 발전은 우리 나라의 그것과 비슷해 더욱 와 닷는 것 같다.
베네치아의 성공요인은 해상의 '고속도로'는 베네치아의 상업에 우선 안정성과 확실성, 그리고 시간의 절약에 의한 속도라는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고속도로의 건설에 필요한 인원과 경비를 전체의 이익을 위한 필요 경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한 베네치아는 정식의 은행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의 월 스트리트 저널과 같은 전날 거래의 최종가를 상품별로 열거한 것을 단골 손님에게 나누어 주곤 했다. 상인들은 그것을 참고로 상거래를 했다. 종전처럼 금화나 은화의 자루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장사는 하는 게 가능했다. 상인들은 보통 복수의 은행과 거래가 있었으며 베네치아 상인과의 거래를 원하는 상인은 대부분 베네치아의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돈의 이동이 아주 간단했다. 대항해시대의 시작으로서 유럽과 그 밖의 세계의 관계는 분명 판이하게 변했다. 물론 이전에 지중해 무역의 중심을 차지했던 베네치아가 그 중심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활동의 무대가 지중해에서 더 큰 대해로 옮겨간다. 베네치아는 다년간 보유해온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대항해 시대의 흐름은 재 때에 타지 못해 베네치아가 쇠퇴했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베네치아는 여러 교역인을 거쳐 많은 액수의 관세를 물어야 하는데 반해 포루투갈은 중개인을 거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싼값에 팔 수 있다는 말도 나왔으나 이 일로 인해 베네치아가 망하지는 않았다.
베네치아는 원래 개개인의 업적이 특색을 이루는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라이벌인 제노바가 신 항로 개척에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베네치아는 남이 개척해 놓은 일이라도 될 만한 일이 있으면 온 나라가 한 덩어리가 되어 실용화에 전념하는 특색을 지닌다. 신제품의 개발에는 늦어도 그것의 기업화에는 발군의 능력을 자랑했던 것이다. 베네치아가 대서양에 진출하지 않은 것은 국력이 쇠퇴해서도 국민이 소극적이어서도 아니라, 단지 대서양이 후추획득에 도움이 않된다는 계산이 있어서였다.
또 베네치아는 기업의 국유화는 아주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는 하지 않았다. 베네치아는 개개인의 경쟁은 치열했으나 국가로서는 단결하여 다른 나라에 대항했다. 경제적으로 타당한 가격선에서 안정을 도모함으로서 시장의 영속과 확대를 기하는 것이 베네치아의 방식인 것이다. 자급자족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구도 적고 자원이라고는 국민의 두뇌와 의지뿐인 베네치아의 역사는 참으로 온갖 시련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시련극복의 역사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베네치아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한 두 가지를 든다면 그것은 정보력과 정부의 개입이었다. 베네치아의 정보활동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한 정확한 정보의 적기 확보는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베네치아는 정부가 상인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철저히 개입했다. 이처럼 베네치아는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면서도 집단을 제대로 관리 할 수 있는 좋은 제도를 가졌다. 그리고 누구나 무역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 나라도 별로 가진 것은 없다. 그래서 더욱 무역에 관심이 많다. 우리 나라가 큰 국가를 상대로 하여 베네치아처럼 살아남고, 발전을 거듭하는 방법은 효율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지금까지는 없었던 무언가, 즉 베네치아의 고속도로 같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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