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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평점 :
도쿄대에서 철학을 전공하다 중퇴하고 정신과 의사가 된 오카다 다카시의 심리학 서적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입니다. 요즘 심리학 서적은 상담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가볍게 쓰는 경우가 많아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는데, 이 책은 철학적인 통찰력과 함께 정신과 의사로서의 의학적 지식, 임상 경험들이 풍부하게 담긴 책이라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라는 제목이 주는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때문에 꼭 읽어보고 싶었어요. 2016년 초판 발행을 시작으로 이번에 7주년 기념 개정판이 나온 것이라 하는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또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이 책은 왠지 세상에 거슬리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인간 알레르기'라는 명쾌한 단어로 설명합니다. 인간 알레르기는 마치 꽃가루 알레르기처럼 공격할 필요가 없는 존재마저 유해한 이물질로 간주해서 철저하게 거부하고 제거하려는 상태를 말합니다.
마음에도 일종의 면역 체계가 작용한다고 본 것이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면역 체계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이런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생기는 것! 때로는 면역 체계의 표적이 자기 몸의 일부가 되어 스스로를 파괴하기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우울증으로 진단했던 경우들을 인간 알레르기라는 관점에서 대인 관계에서 문제를 찾고, 그 원인을 직접 개선하려는 조치가 더 효과적이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인간 알레르기에 대한 해결책을 대뜸 제시하기보다는 인간 알레르기의 역사와 메커니즘, 그리고 인간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이 되는 애착 시스템에 대해서 성실하게 고찰한 점이 특징이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원인에 대해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심리적인 문제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여러 가지 사례와 이론들을 가져와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어요.
다만, 인간 알레르기의 원인을 엄마와의 애착관계 결핍에서 찾고, 지나치게 집중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어머니를 아이를 위한 안전 기지와 편안한 보금자리의 역할에 국한하는 사고는 늘 여자를 보이지 않는 감옥과 죄책감에 가두어두곤 하는데요... 심리학 서적을 읽다 보면 모든 문제의 출발은 엄마와의 관계인 것 같아서 가끔 답답함이 느껴지네요.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해결책보다는 인간 알레르기를 앓았던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였어요.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ADHD 특성을 강하게 보였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인간 알레르기에서 도망치고자 푸른 하늘을 동경했고, 결국 비행기에서 교신이 끊긴 채 사라진 생텍쥐페리의 이야기가 어린 왕자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많은 여운을 남겼어요.
평생 동안 어머니를 증오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이야기...... 인간 알레르기로 인해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없었고,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의사라는 직업보다는 고독하게 원고지 앞에 앉는 편을 선택했던 작가 서머싯 몸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고요.
평소 인간관계에 불편함을 많이 느끼시거나 왠지 주변에 껄끄러운 인간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드는 분들, 인간 알레르기라는 표현에 극도로 공감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일독을 권합니다.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