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와 욕조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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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작상되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내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민중이 들고 일어난 혁명.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시작한 사건.
민중이 빵과 자유를 외치며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운 사건.
자유를 위한 혁명.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벌어진 혁명.

나에게 혁명이란 꽤나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였다.
부조리한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위해 싸우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 책은 나에게 다른 시선을 던져주었다.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시스템이 산산이 부서진 세상에서,
한 개인이 겪는 부조리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이 책이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같이 날카롭고,
답을 내리기 퍽 어려운 것들이었다.

정의와 자유라는 명분 아래 벌어지는 학살은 정당한가.
혁명 아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인가.
혁명은 과연 시민을 위한 것인가.
혁명 뒤에 진정으로 새로운 시대,
자유의 시대가 도래하였는가.


프랑스 혁명에 참여한 군사 시몽은
전투 후 집으로 돌아왔다가
아버지는 체포 도중 사살되고,
어머니는 부당하게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만든 낭트의 폭군 총독을 살해하기 위해 반란군에 합류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총독의 아래로 들어가
그가 벌이는 참혹한 살육극을 목격한다.

소설은 실제 역사와 허구의 인물을 절묘하게 엮어
독자를 그 시대의 한가운데 떨어뜨린다.

그리고 역사서에는 기록되지 않은,
참혹한 혁명의 이면을 바라보게 만든다.

잊혀진,
허나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한구석을 말이다.

총독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단두대에 세우기 위해 싸우는 한편,
그가 저지르는 살육극에 일부가 되어야 하는 시몽의 입장에서
대체 이 모든 살육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꾸만 돌아보게 만든다.

이 광기의 시대를 넘어서,
우리는 지금 자유의 시대를 맛보고 있는가.
이 희망도 없는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어떤 희생도 없이 변화가 도래할 수는 없다.
허나 그토록 무의미한 학살 아래 도래한 변화는 과연 옳은가.
그렇다면 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은 옳은가.
잘못된 현실을 그저 묵인하고,
안온한 지옥을 견뎌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정당한 혁명이란 대체 무엇인가.


책을 읽는 내내 끝내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들이
가슴을 꽉 메우는 기분이었다.

실제 역사와 허구의 사건.
역사에 기반한 소설은
소설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느낌을 준다.

우리는 이미 이 이후에 벌어질 역사를 알고 있기에.
한편으로는 씁쓸해지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피와 희생으로 정립된 근대의 토대 위에서
앞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알고 있기에.
프랑스 혁명 이후 이어진 전쟁과 국가적 동원,
그리고 훗날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알고 있기에.

국민을 징병하고,
애국심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끝없이 병사들을 집어 던지는
명분과 정의를 내세운 살육극.

[단두대와 욕조]에서 보여준
죄인들을 살육해 구덩이에 넣는 장면들은
절로 홀로코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폭력과 혐오, 분노로 세워진 질서는
계속해서 같은 것들을 원료로 삼아 나아간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질서 역시
완전히 그것들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본질을 봐야만 한다.
우리 시대의 뿌리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당장 우리가 마주한 시스템을 전부 바꿀 수는 없겠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가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것들을 직시하는 편이 더 낫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의 본질이 보인다.
이 시대에 이 소설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그것이 아닐까.

지금 이 시대의 기반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잔혹한 피 위에서 세워졌는지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이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또 다른 단두대가 세워져
무고한 이들이 그 아래 피 흘리지 않기 위해.

역사를 받아들이고 기억하되,
눈은 미래에 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끝내 시몽이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듯 말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수는 없으나,
앞으로 다가올 것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러니 우리는 끝도 없이 고민하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에 대고 질문해야 한다.

대체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고.

[단두대와 욕조] 는 이런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솔직히 그 과정이 꽤나 즐거웠다.
세상에 대한 시선을 깨부수는, 대담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앞에서
작가와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는 경험은
한줄평 : '혁명'의 잔재아래 가려진 그림자.

다만, 이 책을 따라가는 여정은 그리 쉽진 않았다.
문체 자체가 매끄럽게 읽히지 않고,
서사가 계속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을 너무 역사서처럼 써놓았다는 감상을 지울 수 없었다.
조금더 인물 자체의 매력과
서사의 긴장감을 살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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