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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 - 도법 스님의 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의
도법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지리산 실상사, 나에게는 예쁘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도법 스님이 작년 한 해 동안 실상사에서 대중법회한 것을 녹취하여 정리한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시간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즐거웠다. 불교의 교리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는 나지만, 편안한 구어체로 된 이 책은 이해하기 쉽게 잘 읽혔고, 단순한 이야기들임에도 울림이 깊게 와 닿았다. 본래 어떤 이야기든, 누구든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고수인 셈이다. 스님은 꽤 유머감각이 있으시기도 하다. 웃으면서 말씀하시지만 그 속엔 많은 생각들이 담겨 있다.
“온 천지에 부처 아닌 존재가 없습니다. 발에 차이는 게 모두 부처님입니다.’(p.100)
“모두들 생일을 맞은 소원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기 소원만 해결해 달라고 매달리지요. 아마도 부처님한테는 제일 골치 아픈 날이 사월초파일일 것 같습니다.‘(p.105)
그럼 부처님의 소원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바로 부처니까 스스로는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살고, 상대를 지극정성을 다해서 예경하고 공양하는 것”이라고 한다. 절에 와서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생의 화두에 대해, 부처님이 “인생이란 나에게 주어진 도깨비 방망이나 여의주와 같다”라고 말씀하셨다는 점이었다. 즉 우리 인생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 우리가 뜻한 대로 삶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웃는 인생을 살겠다고 마음먹고 그런 행위를 하면 저절로 웃는 인생이 된다’는 구절을 읽으며, 이 단순한 진실을 실천하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핑계와 자기합리화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도법 스님은, 인간이란 대단히 주체적이며 창조적인 존재인데 불행하게도 인생의 진면목을 잘 모르다보니 나에게 주어진 내 인생을 제대로 못 살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인생을 중생이 되도록 쓰지 말고 부처가 되도록 쓰라”고 하셨다고 한다. “지금 당장 작심하고 부처님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것을 당부하는 스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한자에 약한 나는 강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사자성어 비슷한 불교용어들은 사뿐히(!) 건너뛰고 읽었는데, 뭐 중요한 것은 그 용어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보현행원’이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나의 행동과 삶이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복잡하고 어렵고 애매모호하지 않고, 단순명료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본인이 어떤 의도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 삶이 창조된다. 본인이 도둑질하면 도둑인생 되고 부처짓 하면 부처인생 된다”는 단순명료한 부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강의 마지막에 스님이 말씀하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는 순간에는 그렇게 살아야지, 하고 결심하지만 또 일상으로 나가면 쉽게 잊어버리고 관성에 빠지는 것이 인간이다. 스님은 그렇지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라고, 진심으로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는 것을 되풀이하면 그것이 내 사상과 정신이 되어간다고, “콩나무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이 다 새 나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콩나물이 자라나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끊임없이, 나의 마음 시루에 맑은 물을 부으며 살아야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