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단 한가지 방법
다치바나 아키라 지음, 서수지 옮김 / 도어즈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아주 통쾌한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만나왔던 자기계발의 거룩한 신탁을 서슴없이 집어던진다. 아무리 하면 된다라고 외쳐도, 해도 안 되는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은 파격적으로 들린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내심 해도 안 되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애써 인정하려 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나는 게으르고 가능성 없는 루저라고 인증되는 것 같아서.

저자는 시종일관 확신에 찬 어조로, “할 수 있다라고 하는 자기계발로는 이 잔혹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며, 필요한 것은 해도 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행복을 손에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성공철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게 당연한데, “물을 마시고 싶어 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라라는 사람이 나타나면 누구나 당혹스러울 것이다.’(p.30)

저자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물을 마시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우물을 팔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용감해지라는 것이 아닐까. ‘한 우물을 파려고 서로 밟고 밟히는 경쟁에 귀한 청춘을 허비하지 말고, 쳇 그 우물만 물이냐! 하고 돌아서서 다른 땅을 배짱 좋게 팔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굉장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물론 저자의 배짱 좋은 주장 중에서는 분명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혹은 심할) 것들도 있다. 지능과 성격은 운명과 같은 것으로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 아이의 성장에 부모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 인종에 따라 선천적인 능력이 차이가 난다는 것과 같은 주장 말이다. 나는 사실 지능과 성격도, 꾸준한 노력에 따라 (엄청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그렇게 믿는 쪽이 내가 살아가는데 힘을 주기 때문이다. 뭐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가 그렇게 바꿀 수 없다고 체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자기계발 이데올로기가 판을 치고 무한경쟁으로 모두들 내몰리는 시대에 행복하게 생존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책이었고, 현실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짚어내는 대목들에서 무척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특히 2080의 사회, 라이시가 예언한 양극화 사회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어떻게 부각되었는가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날카롭다. 그의 은근히 조소하는 어조까지, 압권이다!

잘사는 나라의 노동자가 창조적 전문가가 되고, 못사는 나라의 노동자가 단순노동을 담당하면 비교 우위의 교환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풍요롭고 행복해질 것이 틀림이 없다. 그래서 라이시 이후 양극화 사회를 논하는 사람들은 교육이 전부라고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도덕적으로 타당한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p.61)

또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취미를 일로 삼는 잔인한 세상이라는 장이었다. 국제화된 능력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능력에 따라 창조적 전문가와 맥잡으로 양극화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능력이 없으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다는 불안에 편승해 자기계발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능력이 노력에 의해 개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를 지배하는 자아실현 신화는 능력주의에 적응하지 못하는 길 잃은 어린 양들에게 보다 강력한 신화를 제시한다.’(p.84)

그 강력한 신화란, 다름 아닌 좋아하는 일 또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표현대로 이는 현대사회 최강의 이데올로기로, 반론은 물론 야유조차 용납되지 않는것일 테다. 신화가 우리를 매료시키는 까닭은 능력주의의 잔혹한 덫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저자는 특유의 삐딱하고 냉정한 통찰을 잃지 않는다. 저자가 예로 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혹사당하는 퀵서비스 배달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처한 불합리한 구조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모든 모순을 자기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를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일과 취미를 양립시킬 수 있는 것은 고도의 능력을 갖춘 사람들뿐이다.’(p.87)라는 이야기는 아프지만 진실이다.

그렇다면 고도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 따위 어디에도 없는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생물이 자신에게 적합한 틈새(생태 지위)를 찾아내 가혹한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았듯이, 70억의 사람들이 엮어내는 세상에서 가람을 버리고 시장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그곳에선 분명히 당신에게 어울리는 틈새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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