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 개정판
조정연 지음, 이경석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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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만났던, 2006년의 한여름이 생각난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려왔던 모든 것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던 아이들의 눈동자들...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처참한 삶에 대한 분노와 슬픔, 그리고 아주 조그만 행동이라도 해야겠다는 작은 결심을 하게 해주었던 책. 이 책을 읽은 후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열변을 토해서 유니세프 아동후원을 하도록 반강제(?)로 이끌기도 했고, 좋아하던 초콜렛을 즐기던 횟수를 줄이고 하나를 먹어도 공정무역 초콜렛을 먹겠다고 다짐하곤 했었다.

 

시간 참 빠르다. 그로부터 벌써 8년이 지나고, 이 책의 개정판이 세상에 나왔다. 좀더 많은 이들과 만났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랐던 책이 개정판이 나오게 되었다니 기쁘고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시간의 흐름을 반영한 듯,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여러가지 추가 자료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점이 눈에 띈다.

8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물겹다. 가봉으로 팔려와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던 소녀 아미나타는, 고된 노동과 매질에 못 이겨 집을 뛰쳐나왔다가 다행히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의 자원봉사자 눈에 띄었다. 센터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꿈에 그리던 집으로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소년병들을 만들어 전쟁에 내몰았던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작년에 징역 50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너무 약한 판결이다. 그가 한 짓을 생각하면 5000년도 짧은 것 같은데!) 아랍 에미리트의 인기 스포츠인 낙타 경주의 기수로 만들어지기 위해, 불법으로 납치되었던 알스하드도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5년 동안이나 영양실조 상태로 지낸 알스하드는 이미 뇌세포가 죽어버려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고 한다...

 

한 순간에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서서히 상황은 변해가고 있다고, 작은 노력들이 힘을 합하면 그래도 조금씩 기적같은 변화들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그리고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하다. 전 세계적으로 2억 1800만 명의 어린이 노동자들이 있고, 매년 120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현대판 노예로 팔리고 있는 이 현실이. 왜 죄없는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어야만 하는 것일까. 왜 아이들이 얼마되지 않는 돈에 몸이 팔리고, 학대와 강제 노동을 당하고, 마약과 총부리의 위협 속에서 총알받이가 되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상공격을 확대하고 있다는 뉴스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숨이 콱 막혀왔다. 가슴에 돌덩어리가 얹힌 것 같았다. 기괴한 폐허로 변한 도심이 꿈에도 나왔다. 가자지구의 병원에는 피로 얼룩진 아이들이 연신 들것에 실려오고 있었다. 이 책에 나왔던 아이들과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며 웃고 있는 꿈을 꿨다. 눈에 그 웃음이 자꾸 어른거려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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