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티미 2 - 위대한 탐정 뽑기 대회 456 Book 클럽
스테판 파스티스 글.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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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명탐정 티미!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었을까 궁금할 정도로 늘 예측불허의 사고뭉치지만, 자신의 꿈을 믿고 그 꿈을 세계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 자신만만함이라니! 결코 평범하지 않은 매력으로 똘똘 뭉친 티미 덕분에 신나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런 티미 곁에서 언제나 티미의 힘이 되어주고, 때로는 티미의 말도 안되는 주장과 추리에도 귀를 기울여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친절한 분이지만, 티미가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우기는 단점(!)이 있는 엄마(장애물 1호). 몸무게가 1500파운드 나가는, 몽땅 실패 주식회사의 동업자인 북극곰 몽땅이(장애물 2호). 성적에만 관심이 있고 따분하기 짝이 없지만, 속깊은 친구 롤로 투커스(장애물 3호). 그리고 신발에 바퀴를 달고 툭하면 새장을 들이받아 기절하기 일쑤인 이모할머니.

이들은 티미의 예측불허의 엉뚱함을, 유별나다고 취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티미의 꿈을 응원해준다. 영 불안 불안하지만 또 한편 믿음직스럽고 따스한 사람들(과 곰).^^;

 

위대한 탐정 뽑기 대회에서 우승하여 상금 500달러를 거머쥐고, 그 돈으로 몽땅 실패 주식회사를 세계로 진출시키고 페루에 지점을 내겠다는 야망에 불타는 티미. 마감 전날 밤, 아마추어들은 응모 서류를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우리의 티미는 침대에 누워 '게으른 곰 2000'을 설계하느라 열심이다(동업자 몽땅이가 열심히 일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만든 최첨단 장치, 너무 웃겼다!)

그리고 다음날, 티미의 하루는 꼬이기 시작한다. 늦게 일어나 버스를 놓치고 이모할머니의 자동차는 고장나고 친구 롤로의 시계는 멈추고... 탐정 대회 마감을 놓친 티미. 그리고 티미의 계획은...

 

내가 이제껏 알았던 명탐정들과는 180도 다른 모습의 이 엉뚱한 탐정이 왜 많은 세계의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조용히 해라, 뛰지 말라는 말을 1000번쯤 들으면서도 입과 온몸이 근질거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티미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자기라는 이유로 박물관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그 동상에 기어올라 표지판을 떼어내려다가 박물관 바닥으로 장렬하게 추락하는 이 친구가. 온갖 기상천외한 발명품들을 만들어내고,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규칙 따위는 안드로메다에 보내버리고 자신의 우주에서 신나게 유영하는 티미가 부럽기도 할 것이고, 티미의 거침없는 행동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티미의 자율성이 참 보기 좋았고, 또 부럽기도 했다(어렸을 때의 내 모습을 티미가 보았더라면, 무지하게 따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부모가 치밀하게 만든 시간표대로 사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을 생각했다. 아이들의 삶에서도 '시간관리'라는 말이 당연하게 붙는 세상이다.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생산성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짜여진 빡빡한 시간표대로 사는 아이들이, 티미처럼 구김살없이 쓸데없는(?) 일들을 많이 저지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티미의 이모할머니처럼 아이들과 대화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아이들이 어리다고 무조건 뭔가 가르치려 들고 내 이야기만 늘어놓는 그런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마음을 다해 귀를 열 줄 아는, 티미의 이모할머니 같은 어른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좀 더 다른 곳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만으로도 한없이 따스해진다.

 

"티미, 아주 탐정답지 못한 행동으로 보일 위험이 있지만, 혹시 네가 의논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나에게 말해도 돼. 나는 정말 남의 얘기를 잘 들어 주거든."

"의논할 게 뭐가 있어요?"

"모르겠구나...... 인생에 대해?"

"인생이라고요?"

나는 이모할머니를 쳐다보면서 피식 웃는다.

"내가 말했잖아. 탐정답지는 않을 거라고 말이야."

"예, 흠, 그런데 지금 저는 글로범나 사립 학교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있는 모든 시간을 제 인생 최대의 사건을 해결하거나, 제 주제곡을 작곡하는 데 쓰고 있어요. 그러니 달리 의논할 '인생'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맞아, 맞아. 할머니는 그저 요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네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고 싶었을 뿐이란다."

"전 괜찮아요."

"당연히 그렇겠지. 내가 생각이 모자랐구나. 탐정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삶을 잘 꾸려 나가는 능력이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일반인들이라고 부르죠."

"맞아, 일반인들. 나 같은. 우리 일반인들은 가끔 참 힘들거든."(155쪽~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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