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 통섭의 책 읽기 경계를 허무는 도서관
안정희 지음 / 알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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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도, 시간을 죽이는 도구도 아니다.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가려면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그래서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책이 있어야 한다.'(218쪽)

 

도서관.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따뜻해지는 곳.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곳 중의 하나. 도서관과 책 읽기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내 일상의 일부인 우리동네 도서관, 어린 시절 외할머니 손을 잡고 처음 가봤던 도서관, 여행 중에 만났던 여러 도서관들이 떠오른다. 모두 나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풍경들. 이 책 덕분에 그 풍경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북큐레이터답게, 이야기를 펼쳐가면서 그 주제에 맞는 적절한 책들을 친근한 어조로 찬찬히 소개해준다. 또 '통섭의 책 읽기'를 권유하면서 책의 각 주제별 컬렉션에 관해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어떤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엮는 것을 '컬렉션'이라고 하는데,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컬렉션들의 예가 무척 흥미진진하다. 도서관을 주제로 한 컬렉션, 괴물 이야기를 주제로 한 컬렉션, 탐정추리소설 컬렉션, 모든 세대를 위한 그림책 컬렉션 등, 각 컬렉션마다 굴비(?) 엮듯 여러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책들이 다채로워서 무엇보다도 좋다. 대충 셈해 보니, 읽어본 책들이 40%, 아직 만나보지 못한 책들이 60% 정도 되는 것 같다. <미스터 핍>, <기억 전달자>, <세계 도서관 기행>,<도서관 산책자>, <도도의 노래>, <체르노빌의 봄> 등 내게 특별했던 책들이 여기서 소개되니까 반갑고 다시 그 책들을 소환(?)해보게 되니까 좋고, <나 홀로 볼링>이나 <머니볼>처럼 제목은 눈에 익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던 책들은 덕분에 다음에 읽어보게 될 것 같아서 좋고(도서관에서 당장 빌려왔다), <도서관을 구한 사서>나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첼로, 노래하는 나무>처럼 아예 존재 자체를 몰랐던 책들을 처음 만나게 되어 기쁘다.

 

'만나고 싶어'하고 마음을 두드리는 책이 있으면 눈이 보일 때(^^:) 빛의 속도로 실행에 옮기자는 좌우명(?)으로, 이 책을 덮고 당장 도서관에 달려갔다. 어린이 자료실 구석에서 <첼로, 노래하는 나무>를 겨우 찾아냈을 때, 마침 한 여자아이와 거의 동시에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숲속을 그린 초록빛 책 표지가 예쁘다). 나는 웃으며 그 아이에게 책을 건네주었다. 아이가 저쪽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슬쩍 본다. 참 보기 좋다. 저자의 말대로, 이것이 도서관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집에서 책을 읽는 것과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은 다르다...(중략)... 열린 공간에서 책을 선택해 읽는 순간 시야가 달라진다. 나 중심에서 더 넓은 사회로 정신과 몸이 모두 확장되는 것이다.'(56~57쪽)

 

전자책이 등장하고, 종이책의 몰락을 성급하게 예언하는 이들도 있다. 영상의 홍수 시대, 책을 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늘 인간과 함께해 온 책은 앞으로도 굳건히 그럴 것이다. 때론 인간이 방황하고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어리석은 짓들도 자주 일삼지만, 그래도 인간이 책과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면 참 경이로울 때가 있다. 많이 부족한 존재인 인간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문명의 태동기때부터 도서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도서관처럼 지극히 소수의권력자들만 도서관을 소유하고 누릴 수 있었던 시기가 아닌 오늘날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에도 무한히 감사하다. 누구에게나 도서관 문이 활짝 열려있고, 누구나 책과 만날 수 있는 이 축복을 매일같이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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