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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빛나는 밤에 - 천체물리학부터 최신 뇌 과학까지, 우주의 역사부터 과학의 역사까지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4월
평점 :
'지금의 우리는 138억 년에 걸친 우주의 역사에서 수많은 우연과 사건이 얽히고설켜 이루어진 결과입니다.'(10쪽)
3월, 진주에서 4개의 운석이 발견된 이후 한바탕 운석 열풍으로 떠들썩했던 것이 기억난다. 내 주변의 반응들을 살펴보니 운석의 소유권에 대해서, 그리고 운석의 천문학적인 가치에 대해서 보통 관심이 집중되는 듯 했다. 운석 가격이 수억 원에 달한다며 '로또 운석'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지만, 과연 왜 그렇게 운석이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운석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오로지 경제적인 가치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춰지는 듯해서 한편으론 씁쓸했던 운석 열풍이었다.
이렇듯 여전히 과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이들의 낯선 영역, 소수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과학 지식을 일반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고맙게 느껴진다. 저자의 표현대로, '비타민을 먹듯이 누구라도 쉽게 과학 교양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9쪽)를 고민한 흔적이 책 곳곳에서 느껴졌다. 책장을 넘기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들었다.
총 11장의 '빅 히스토리'로 나누어진 이 책의 1장은 빅뱅에서 출발한다. 138억 년 전, 거대한 폭발 이후 장엄한 역사가 마법처럼 펼쳐지고 별들이 탄생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2장에서는 46억 년 전으로 가서 새로운 질서인 태양계가 형성되고 드디어 지구의 등장! 3장에서는 36억 년 전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고, 4장에서는 6억 년 전 생물의 번성, 진화의 대폭발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렇게 자꾸만 시간이 흘러서 20만 년 전 인류가 등장하고, 1만 년 전 문명이 시작되고, 500년 전 과학혁명의 시대를 거치고... 10장 현대 과학의 시대를 거쳐 21세기 첨단 과학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11장으로 끝을 맺는다(인류가 차지하는 분량(?)이 이 우주에서 얼마나 작은지를 다시금 실감한다. 우리는 세상의 지배자인 척 자만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시간별로 구성한 전체적인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물리, 화학, 천문학, 생물학, 수학, 역사까지 다채로운 분야의 지식들이 서로 맞물려서 이해하기 쉽게 샤샤샥 펼쳐진다. 어려운 전문 용어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쓰는 친근한 말들로 차근차근히.
한 주제당 배분한 양이 3~4장 정도로 간략하게 정리해 주는 점도 좋다. 사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빼기가 더하기보다 훨씬 어려운 법인데, 더 파고들어가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핵심을 짚어주는 점이 마음에 든다. 개념이 조금 어렵다 싶은 부분은 어김없이 일상생활이나 영화 이야기 등에 빗대어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챕터 마지막 부분에 늘 등장하는 '세상이 좀 달라 보이나요?'에 고개를 연신 끄덕끄덕하며 신나게 책장을 넘긴다. 진짜다. 달라 보인다. 세상에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다니. 이런 식의 수업을 고등학교 때 만날 수 있었다면 내 진로도 바뀌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
책의 부록인 '<과학이 빛나는 밤에>가 추천하는 과학도서 43'도 무척 유용할 것 같다. 사실 좋은 과학 책은 많지만 내게 맞는 책을 만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멋진 제목에 꽂혀 두꺼운 과학책을 샀다가 다 읽지도 못하고 장식용으로 묵혔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3단계 난이도별로 정리하여 간략하고 깔끔하게 각 책들의 특성을 정리해준다. 이 책 <과학이 빛나는 밤에>로 '평생 권장량'의 과학상식을 부담없이 꼭꼭 잘 씹어 소화시키고 나서는, 또 어떤 맛있는 걸 먹어볼까?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지금 우리가 살아 숨쉬고 있는 이 지구라는 착한 행성,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끝없이 계속되는 것 같은 평범해보이는 자연현상들, 아무리 작고 하찮아 보이는 사물들도 다 너무나 복잡 미묘하고, 격렬하고 역동적인 세계를 품고 있다는 것을. 경이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