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 별자리 이야기 어린이 고전 첫발 1
재클린 미튼 지음, 원지인 옮김, 크리스티나 발릿 그림 / 조선북스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황도 12궁을 포함한 밤하늘 주요 별자리에 얽힌 그리스 신화들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조곤조곤 들려주는 책. 책장을 넘기며 밤하늘의 별자리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들에 흠뻑 빠져들었다. 별자리 이야기를 읽다보면, 고대인들의 무궁무진하고 풍요로운 상상력과 이야기력(?)에 한없는 놀라움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인간이란 존재는 본래 이야기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호모 나랜스(Homo Narrans : 이야기하는 사람)일 것이다. 밤하늘에 흩어져 무심히 빛나는 별들을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태어나게 했으니.

 

표지부터 섬세하고 화려한 그림이 우선 눈길을 잡아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각 별자리를 표현한 신비로운 느낌의 그림들... 그린이 크리스티나 발릿은 다수의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수상했다는데, 그럴 만하다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담하고 화려한 색깔과 화면 구성도 그렇고, 기하학적인 문양과 섬세한 묘사도 뛰어나다. 몇번 접했던, 그냥 예쁘게만 그린(혹은 예쁘지만 어딘지 조악한) 어린이용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의 그림들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어린이용 책이지만 어른도 책꽂이에 꽂아둘 가치가 충분히 느껴지게 하는 멋진 그림들!

 

널리 알려진 별자리 이야기인 황도 12궁 외에도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 리라자리, 백조자리, 뱀주인자리, 용자리, 안드로메다자리, 페가수스자리, 큰개자리에 얽힌 다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근데 왜 '거문고자리' 대신에 굳이 '리라자리'라고 번역했을까? 물론 고대 그리스에서 쓰였던 악기니 거문고가 아니라 리라가 정확한 명칭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천문학계에서 공식적으로 번역해서 일반에 통용되고 있는 이름을 쓰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페가수스'로 알려져 있는 걸 굳이 '페가소스'라고 번역한 이유도 모르겠다).

고도의 성능을 자랑하는 천체망원경이나 천문학이 발달하기 훨씬 이전부터,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들을 서로 이어서 여러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고 전한 사람들... 그렇게 경이로운 상상력을 품고서 밤하늘을 눈에 담았던 사람들 덕분에 후손들은 이렇게 풍요로운 이야기들 속에 살고 있다. 밤하늘의 별들을 서로 이어서 여러 동물들의 이름을 붙여 고대 그리스로 그것을 전해주었던, 오천 년 전 바빌로니아의 유목민들에게 감사를!

 

각 계절의 대표적인 별자리 이야기를 들려준 후에는 '별보다 반짝이는 별자리 이야기' 코너에서 어린 독자들을 위한 기초적인 천문지식들을 소개해주는 점도 좋다. 안그래도 이 책을 함께 읽는 동안, 조카가 "왜 계절마다 별자리가 다르게 보이는 거야?"라고 물어서, 음 지구의 공전 때문이야(이 주입식 교육의 오랜 힘이라니!)라고 건조하게 대답하려다가, '별보다 반짝이는 별자리 이야기' 코너 덕분에 그 호기심을 알차게 채워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지구 어느 곳에 있는지에 따라 볼 수 있는 별자리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어린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다정하게 설명해준다. 남반구에서는 큰곰자리나 작은곰자리는 절대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조카의 그 흥분이라니!(당장 호주에 있는 작은 이모에게 메일로 그 사실을 자랑(?)하는 열성을 보인다).

 

처음 별자리를 찾았던 어렸을 적 밤하늘의 설렘을 생각나게 하는 예쁜 책. 산타클로스가 되어,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머리맡에 한 권씩 놓아두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다.

이제 봄이다. 북쪽하늘에선 큰곰자리의 북두칠성을, 남쪽하늘에서는 봄철을 상징하는 별 아르크투루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를 눈에 담을 수 있는 행복한 계절! 아름다운 이 책으로 처음 별자리 세계에 눈을 뜨게 된 조카와 함께, 이번 주말엔 천문대를 찾기로 꼬옥 손가락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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