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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없이 잘 사는 여자, 못 사는 여자 - 사랑 앞에 길 잃은 여자를 위한 자아 찾기 여행
페넬로프 러시아노프 지음, 한주연 옮김 / 책비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삶은 당신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아름다운 선물도 가져다준다. 아무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오직 남자만이 당신의 삶을 채워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여 있는 한 당신은 결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고, 인생을 발전시킬 수도,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시야를 넓힐 수도 없다.'(153쪽)
저자는 뉴욕 사회조사 센터에서 수업을 하면서,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면서 '남성을 만나야 비로소 자신들의 인생이 완전해진다고 믿었'(8쪽)던 수많은 여성들을 만났고, 그런 여성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각 장마다 남자 의존증(!)으로 저자의 상담실을 찾았던 수많은 여성들의 실제 사례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그 여성들이 풀어놓는 자신들의 이야기, 그 고민들과 생각들을 찬찬히 읽어갔다.
솔직히 적잖이 놀랐다. 미국, 특히 중산층 이상은 꽤 보수적인 사회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세상에 결혼하지 못한 여성이 많아서가 아니라 완성되지 못한 여성들이 많은 것이 너무나 슬프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런 휘청거리는 여성들을 만나면서 저자가 느낀 안타까움, 측은지심이 절절히 느껴졌다. 국적과 사회적 배경은 다르지만, 같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답답한 가슴을 공감할 수 있었다. 아니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보다 더할지도 모르겠다. '취집'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는 현실이니.
온전한 한 사람으로서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법. 사실 이것을 내면화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여자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런 류의 이야기들에 둘러싸여 성장하기 때문이다. 왕자님의 키스로 비로소 자유를 획득하고, '그래서 왕자님과 공주님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모든 해피엔딩이 장식되는.
그래서 이 책을 읽다가 불현듯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두 공주가 생각났다. 얼음성에 갇힌 언니를 세상으로 나오게 하고, 얼어붙은 동생의 심장을 녹게 한 것은 왕자의 키스가 아닌 두 공주의 뜨거운 자매애였다는 이야기가 좋았다. 저자도 '여자들의 강력한 우정 시스템'을 무척 강조하는데, 정신적인 행복을 누리기 위해 한 남자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 시스템은 막아준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여자의 우정은 모든 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삶을 윤택하게 해 준다'(199쪽)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식으로 여자들 스스로 여자들의 우정을 폄하하는 것을 종종 보는데, 정말 안타깝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자가 강조하는 요소인 경제적인 자립. 가장 현실적으로, 남자에게 지독한 의존을 하지 않기 위해서 정신적인 독립 못지한게 중요한 것.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직업은 여자에게 '구원'이고 '자기만족'이라는 얘기다. 그렇다. 내가 아무리 내면의 중심을 똑바로 세우려 해도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면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
'나를 찾아오는 여성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낭만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대는 전부 도사들이다. 하지만 그 밖에 다른 것들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에는 영 소질이 없다. 같은 여자로서 부끄러울 만큼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여성들도 있다.'(236쪽)를 읽으며 처음에는 반발심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경제적 능력이 출중한 남자를 만나 모든 것을 의지하며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여성들이 우리 주변에도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그렇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남자가 있거나 없거나, 남자를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상관없이 '나는 나' 자체로 온전하다는 것, 그리고 의지할 남자가 없어도 행복하고 충만하게 완성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다시 확인하며 든든히 격려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