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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발상의 비밀 - 노벨상을 수상한 두 과학자의 사고법과 인생 이야기
야마나카 신야 외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노벨상을 수상한 두 과학자, 생물학자 야마나카 신야와 물리학자 마스카와 도시히데가 진지하게 나눈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생명과학과 이론물리학의 세계를 순수하게 즐기고 있다는 것, 그 세계의 경이로움에 대해서 진심으로 경탄하고 재미있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한 우물만 팠던 삶을 살지 않았다는 점, 끊임없이 어슬렁거리고 기웃거리는 길을 걸어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직선형 인생'과 일단 시작한 일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더 재미있는 일이 나타나면 그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회선형 인생', 두 과학자 모두 회선형 인생을 살아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학계에서도 연구의 일관성을 대단히 중시하는 풍토라고 한다. 그런 딱딱한 분위기에서, 수술이 서툴러서 '자마나카'(걸리적거린다는 뜻의 일본어 '자마'에 야마나카를 결합하여 만든 별명)라 불리고 줄곧 환자들의 링거 주사 보조만 해야했던 정형외과의 야마나카 신야는 녹아웃마우스를 이용해 동맥경화를 연구하겠다고 미국 유학을 떠났고, 막상 미국에서는 동맥경화가 아닌 암을 연구했고, 암을 연구하나 싶더니 귀국한 다음에는 만능세포를 연구했다. 그때그때의 연구 결과에 따라 그의 관심의 대상은 자유롭게 바뀌었다.
'옆에서 보면 제 인생은 먼 길로 빙 돌아가고 있고,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누군가는 제게 좀 더 합리적으로 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먼 길을 돌아왔기 떄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79쪽)
마스카와 도시히데는 또 어떤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의 연구실에 물리학과 관련된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많은 건 수학 책(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는 정말 신이 난다니 경이롭기만 하다^^;)이고, 정신의학, 천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다고 한다.
'그런 것들이 물리학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런 얄팍한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저는 그냥 제 눈앞에 있는 재미있는 것들과 논 것 뿐이었죠.'(82쪽)
'그냥 논 것'이라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 놀이의 집중력은 폭발적이다. 논문을 검토하던 중 사흘 동안 잠도 휴식도 없이 꼬박 생각에 매달렸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아마 저는 머릿속으로 수식과 놀과 있었을 거예요'(108쪽)이라고 말하는데 혀를 내둘렀다. 1940년생이라는데, 참 푸근하고 천진난만한 인상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다운(?) 괴팍스러움이나 깐깐함이 아닌 장난기어린 동경 가득한 느낌.
'저한테는 물리학이나 수학, 천문학 모두 아이들 장난감 같은 존재예요. 평생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요.'(108쪽)
다음에 교토를 가게 되면 어쩐지 교토대학 근처를 어슬렁거리게 될 것 같다. 운이 좋으면 야마나카 신야가 대학 구내를 자전거로 달리는 모습을, 혹은 토론에서 막힐 때마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달리기하고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또 항상 8시 3분에 집에서 나와 역까지 걸어가 전차로 학교로 가는 마스카와 도시히데를 볼 수 있을지도. 세계적인 과학자 두 사람의 진솔한 대화를 들으면서, 따뜻한 위로와 힘찬 격려가 내 안에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으면 돈키호테처럼 한 발 내딛는 게 중요해요. 가만히 있으면 낭만은 절대 찾아오지 않습니다. 방황하고 벽에 부딪히더라도 실제로 움직이다 보면 동경은 낭만으로 바뀌죠. 전 그렇게 믿습니다.'(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