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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즈가 좋다 - 꿈을 찾는 당신에게 들려주는 꿈을 이룬 이야기
매트 페로즈 지음, 홍상현 옮김 / 이책 / 2013년 12월
평점 :
'사람들은 왜 치즈를 만들고, 숙성하고 파는 것일까? 그 대답은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돈 버는 것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86쪽)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 진정으로 가슴 뛰게하는 일을 찾아 용기있게 뛰어들고, 열정을 다해 그 꿈을 추구했던 저자 매트 페로즈의 여정을 따라가는 시간이 행복했다. 국가 감사원의 회계사라는 안정적이고, 수입 좋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도 크게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그의 삶은, 사실 더 바랄 것이 없어 보였다. 모든 것이 갖춰진 편안하고 안락한 삶. 문제가 될 만한 것이라고는 '만약 지금 내가 뭔가 바꾸지 않는다면 이 편안하고 단순한 삶을 평생 이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83쪽)밖엔 없다(사실 우리나라 대다수 젊은이들의 상황에서 바라본다면 이런 불만(?)도 '배부른 투정'으로 비춰지겠지만).
그러나 프랑스의 작은 염소 농장에서 우프(농장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자원봉사를 하는 프로그램)를 체험하며 보낸 한 달간의 휴가는 그의 삶을 바꿔 놓았다. '돈 버는 것보다 재미있는' 대상인, 치즈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사실 나에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한 사무실에 틀어박혀 나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96쪽)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을 하면서 이같은 충동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사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매트 페로즈가 근무하던 회사에는 긴 휴직 제도가 있었고, 그는 그 제도를 활용하여 정장을 벗고 작업복을 입고 치즈의 세계로 뛰어드는 다이빙을 선택한다. 물론 좋은 직장이라 그런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쉬운 결정은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변함없는 사실은 휴직이 받아들여지든 말든 런던을 떠난다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직장을 그만두면 되는 것'(98쪽)이라는 매트의 무대포(!) 정신은 그래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뭔가 갈증이 확 풀리는 것 같은 느낌.
물론 꿈을 현실로 이루어가는데는 수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여자친구 젠과 함께 미식가의 메카인 프랑스 리옹으로 용감하게 떠난 매트에게도, 본격적인 치즈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데 수많은 우여곡절들이 종횡무진 펼쳐진다. '꽤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프랑스만이 최고의 치즈를 만들고 그 어떤 과정에도 외국인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213쪽) 텃세 속에서, 낯선 프랑스어와 열심히 씨름해 가면서, 오직 치즈에 대한 애정으로 꿋꿋이 치즈 장인들에게 치즈를 배우고 새로운 일에 적응해간 그의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
결국, 프랑스 최고의 치즈대회의 가장 초짜 참가자였던 그는 당당히 만장일치로 선정된 첫 외국인 챔피언이 되었다. '아는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챔피언이 된 후로도 자만에 빠지지 않고, 여전히 자신이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같이 많다고 말하는 이 젊은이의 치즈 사랑에 전염된 것일까, 덩달아 가슴이 뜨거워진다. '돈 버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 그것이 내 삶에선 어떤 것일까. 그리고 나는 그것을 향해 온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