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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심리학 - 18가지 위험한 심리 법칙이 당신의 뒤통수를 노린다
스티븐 브라이어스 지음, 구계원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24쪽)
프롤로그에서, 저자 스티븐 브라이어스는 아인슈타인의 이 말을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고 덧붙인다. 자신이 너무나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상황에서는 질문을 던지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심리학의 음험한 미신들을 솎아내보자는 초대장’(9쪽)인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서, 뭐랄까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물론 ‘질문 던지기’가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 계발서들을 접할 때마다 그 지나친 단순한 논리에 대해 의문과 반발심을 항상 품어왔던 터라, 이런 혼란스러움(?)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진다.
‘... 지나치게 단순한 해결책은 실제 세계에서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안정감을 줄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는 별다른 내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17쪽)
이 책이 해부하는 18개의 심리학 법칙들. 자존감을 높이면 성적이 올라간다, 속마음을 표현해야 건강하다, 긍정 마인드가 성공을 부른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별에 살고 있다, 정리 정돈을 잘해야 능률이 오른다... 너무나 유명한 이 명제들을 저자는 촘촘하게 파헤쳐간다. 무엇보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잘못되었다’는 유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법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는 점이 좋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여러 관점들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꼭 그렇게 삐딱하게 바라봐야 해?’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한 관점을 이 책이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 들으며 손쉽게 누군가의 탓으로 문제의 원인을 돌리지는 않았는지’(24쪽) 돌아볼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었다.
일상생활에 널리 퍼져 있는 심리학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생겨난 자기 계발 이론들이 넘쳐흐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저자는 ‘엉터리 심리학’이 우리의 삶에 대해 손쉬운 만병통치약을 앞다투어 처방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만병통치약이라, 아주 적합한 비유다. 마치 자주 감기에 걸릴 때, 근본적으로 내 몸을 보살피기보다는 쉽게 약을 삼치고 내 몸이 다시 건강해졌다고 기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삶에 대해 냉철하게 통찰하고 내 문제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자연에서 얻은 음식과 운동 등 좋은 습관을 차곡차곡 쌓아 내 건강을 다져 나가는 것과 닮았다. 둘 다 하루아침에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심리학은 특정한 경우 일부 사람들을 치료해줄 수도 있지만,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의 전문가는 당신 한 사람뿐이다.’(272쪽) 참, 달콤하지는 않지만 한편 얼마나 든든한 말인지. 그러니 쉽게 만병통치약의 유혹에 손을 뻗는 대신, 불완전하고 결점이 있는 나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루만져 주는 것. 눈부신 백조로 탈바꿈되지 않더라도, 백조가 아닌 어른 오리로 사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