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마음 - 감정을 조절하여 시련을 이겨내는 자기 극복의 기술
알렉스 리커만 지음, 김성훈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지지 않는 마음. '이기는 마음'이라는 표현보다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이 '지지 않는 마음'일까? 지지 않는 마음이란 '역경으로부터 빨리 회복하고, 우울이나 불안으로 무너지는 일 없이 차분하게, 심지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역경에 맞서는(35쪽)' 마음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숱한 장애물을 만나고, 결코 원치 않았던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을 경험한다. '지지 않는 마음'은 이 장애물과 실패를 인생의 방해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이라 여기며 헤쳐나가게 한다. '지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 어떠한 장애물을 만나도 그것으로부터 일종의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다(36쪽)'는 것을, 이 책에서는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삶이 몰고 온 괴로움만큼은 다스릴 수 있다...(중략)... 절망에 굴복하기를 거부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지속하기로 마음먹는 한, 어떤 형태로든 승리는 가능하다.(5쪽)"

  만약 단순히 이 명제만 읽는다면 우리 마음 속에 퍼질 파장은 아마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확신조로 무장(?)한 자기 계발서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니까. 하지만 저자가 삶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으려고 애쓴 흔적들을, 그들의 진짜 삶에서 건져올린 지혜와 깨달음을 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울림이 결코 작지 않다. '의사란 환자의 건강만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행복을 함께 돌보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흔치 않은) 의사인 저자는, 지난 25년 동안 삶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들과 맞서 싸운 수천 명의 환자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이 고통을 이겨내고 역경을 극복하도록 끊임없이 북돋아왔다고 한다. 실직, 비만, 약물중독, 인간관계의 어려움, 만성통증, 은퇴, 상실 등... 환자들이 이런 삶의 고통들을 견디고 마침내 극복해낼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었나에 대한 이야기가 담백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문제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 아니었던 것이 좋았다. '환자들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혜를 내가 모두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 자신이 그런 지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확신한다(책날개에서 인용)'는 태도는, 그의 정신 수양의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힘을 뺀 어조로 자신이 겪었던 장애물, 실수와 후회, 그로 인해 얻은 깨달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준다. 1년 반 동안 이어왔던 첫사랑과 인연이 끊어지자 우울증에 빠져서 의사면허 시험에 낙제한 이야기(물론 피나는 노력 끝에 1년 후엔 훌륭하게 통과했지만)를 통해서는 '우리에겐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를 바꿀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타인을 기쁘게 하느라 진이 빠진 사람들을 위해서 내놓은 처방전에는, 헤어진 후에도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전' 여자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자신의 일화가 등장한다. 그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좋은 사람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거절을 연습하고, '실망해야 할 땐 실망시켜라(무척 맘에 드는 표현이다)'는 조언을 해 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저자 자신을 재료(?)로 삼은 이야기 중 하나가 '추상화의 비극'이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다름 사람을 인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역할이나 그 사람에게 붙은 꼬리표로 바라보는 성향이 있다(242쪽)'는 것을 '추상화하려는 태도'라 한단다. 저자는 아이와 산책을 갔다가 돈을 구걸하는 여성을 못 본 척하고 지나쳤을 때 '그녀의 요청을 거절해서가 아니라, 사람 자체를 무시했기 때문에 밀려든 후회(241쪽)'에 대해 고백한다. '아마도 그녀는 내가 자기를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존재로 여긴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후회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 학교 탈의실에서의 기억을 떠올린다. 젖가슴이 자라나 있던 한 사내아이를 놀려대던 친구들을 보며 방관자로 남았던 기억이다. 그는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헸다. 친구들의 악의적인 관심이 자신에게로 쏠릴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도 내 기억의 몇 장면을 떠올렸다. 누군가를 별 생각없이 '추상화'시켰던 나 자신을 반성했고, 인간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불행한 성향이라고 '추상화'당했던 기억을 따뜻하게 위로받기도 했다.

 

  단숨에 읽기보다는 오래오래 곁에 두고 마음의 주치의로 삼고 싶은 책. 책장을 넘기면서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에 밑줄을 긋다보니, 어느새 책이 알록달록 화려해졌다.^^ 방금 전에 초록색 색연필로 밑줄을 그은 문장은 이것이다. 리처드 바크가 <환상>이라는 책에서 말했던 문장을 재인용한 것이다.

  "한계를 얘기하다 보면, 결국 그 한계가 자신의 것으로 굳어진다."(122쪽)

그렇다. 미리 마음의 한계를 정해서 스스로를 옭아매지 말 것. 마치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온힘을 다해 강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가꾸어 가는 거다. 그렇게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굳게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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