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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트 2 - The Brilliant Thinking ㅣ 브릴리언트 시리즈 2
조병학.이소영 지음 / 인사이트앤뷰 / 2013년 8월
평점 :
21세기를 창조성의 시대라고 하고, 누구나 자기 안의 창조성을 개발하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말하듯이, 놀랍고도 창조적인 생각은 어느날 갑자기 짠!하고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빛나는 생각’, 창조성을 끌어낼 것인가? ‘인류의 역사에 진보와 혁신을 만들어낸 놀라운 인물들은 생각의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9쪽)고 이 책은 말한다.
감각, 이성, 감성, 언어와 이미지... 생각의 구조와 창조성의 본질에 대한 흥미로운 소주제들에 대한 탐색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이 영역들을 잘 키운다고 해서 누군가가 창조적이 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각각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이고 이를 통해 상승작용이 나타나야 창조성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이 상승작용을 끌어내기 위해서 명령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이성과 감성, 즉 뇌인 것이다.
‘감각기관은 세계를 인지하는 창의 역할을 하지만 본질적으로 육체의 일부인 이유로 게으르다...(중략)... 하지만 뇌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 새로움 속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뇌는 알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지식이나 새로운 미래를 뇌가 마다할 리가 있겠는가?’(13쪽)
즉 단순화하면 나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명령하는 주체가 육체가 될 것이냐 뇌가 될 것이냐의 문제이다. 육체가 주체가 되면 이성과 감성에 공급할 자극을 감각기관이 만들지 않아서, 뇌는 새로운 자극에 굶주리게 되고 점점 힘을 잃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 감각조차 둔해져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기력한 뇌, 과거의 관성대로 살아가는 뇌가 아닌 예리한 이성과 섬세한 감성을 가진 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도 나왔듯,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뇌의 ‘밥’인 새로운 자극을 계속 주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뇌가 긴장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냥 보이는 대로 보지 말고 봐야 할 것을 자세히 보고, 들리는 대로 듣지 말고 들어야 할 것을 주의 깊게 듣고’(14쪽), 그래야만 ‘예민한 감각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뇌가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221쪽)인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1년쯤 외국에 있다가 우리나라로 돌아왔을 때가 문득 기억난다. 늘 보던 동네의 풍경도,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받아들였던 생활의 방식도 갑자기 너무나 새로운 눈으로 보였던 것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감사를 느끼기도 하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 ‘이렇게 바뀌면 좋지 않을까’하고 궁리도 해 보고... 아무튼, 그 이후로 일상이 지루해지거나,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내 뇌가 새로움에서 느껴지는 ‘행복’을 갈구한다고 느낄 때쯤이면 나는 ‘외국인 놀이’를 한다.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디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인 것처럼 동네를 산책해보고, 이곳저곳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 놀이의 과학적 원리(?)를 멋지게 설명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소득의 하나인 듯.^^;
이 책에는 육체가 아닌 뇌가 삶의 주도권을 잡도록 노력한 사람들, 그럼으로써 자신의 창조성을 마음껏 발휘하여 인류에게 이바지한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손이 조각할 대상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25쪽) 석고로 형을 뜨기 전에 자신이 조각하고자 하는 대상을 수도 없이 그렸던 오귀스트 로댕, ‘편한 자세에서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으므로’(28쪽) 뾰족하게 간 연필로 서서 글을 썼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확대된 꽃 속에 숨겨진 세계를 우리 눈앞에 선명하게 보여준 조지아 오키프... 그들의 창조성의 비밀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뇌의 본능에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나는 내 뇌를 어떻게 사용하고 진화시킬 것인가를 진지하게, 즐겁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