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반전 : 거짓말주의보 지식의 반전 3
존 로이드.존 미친슨 지음, 이한음 옮김 / 해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인간사에 완전한 진지함이란 없다."(플라톤)

"진실보다 재미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진실이라면 재미있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화이트헤드)

 

첫 문장은 책장을 넘기며 맨 처음 만났던, 속지에 있었던 문구. 그리고 두번째는 저자 중 한 사람인 존 로이드가 좋아하는 철학자 화이트헤드의 말이라고 한다. 둘 다 이 책의 성격을 어쩌면 이리도 잘 대변해주는 문장인가 싶다. 책을 읽어가면서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들, 근거없는 통념들이 속시원히 하나씩 파헤쳐지는 동안 유쾌했고 즐거웠다.

 

1부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건'을 특히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통념과 달리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사실 아주 크며, 값싼 좌석에 앉았을 때 더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감사하다! 생존율이 가장 낮은 곳이 앞쪽 1등석이라니 1등석 승객들은 억울하겠지만^^;). 설탕이 든 달착지근한 음료에 흥분하는 사람은 아이가 아닌 부모라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설탕 함량이 높은 식사를 준 쪽과 설탕이 안 든 식사를 준 쪽 아이들의 행동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다만 '부모는 설탕이 과잉행동을 일으킨다고 예상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본다.'(63쪽) 는 것이다. 이건 뭐,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쪽에 있는 효과라 불러야 하나? 아무튼 놀랍다, 선입견의 힘이란 것이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지식의 반전' 퍼레이드는 계속된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혀의 어디에 있는 맛봉오리든 똑같이 모든 맛을 느낀다는 것! 학교에서 혀의 각 부위마다 담당하는 맛이 다르다고 그림 그려가며 배웠던 기억이 선명한데, 그것이 논문을 잘못 번역한 한 심리학자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니(올바른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써먹을 소재가 될 수도 있겠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 백과사전에서 본 이 '혀 지도'가 신기해서 작은 실험을 해본 적이 있었다. 짠맛을 느낀다고 나온 혀의 양옆에서 앞쪽 부위에 설탕을 올려놨는데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내 혀가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깔끔한(?) 결론에 도달했었는데, 생각할수록 아쉽기만 하다. 아주 오랫동안 공식적인 진리로 여겨져 온 혀 지도가 공식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진 것은 1974년이란다. 좀 일찍 태어나서 진실을 밝혀낼 수도 있었는데...^^;;

 

2부 '잔뜩 부풀어오른 세계사'를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클레오파트라의 국적은 그리스인이었으며, 카이사르가 월계관을 쓴 이유는 승리해서가 아니라 머리가 휑했기 때문이었고, 잔다르크를 처형한 쪽은 영국인이 아니라 프랑스인이었단다. 오랫동안 '키 작은 야심만만한 남자'의 대명사였던 나폴레옹의 키는 169cm, 그 당시 프랑스인의 평균키였던 164cm를 훌쩍 넘는 키였다고 한다. '정직한 어린이' 조지 워싱턴의 벚나무 이야기는 창작물이었고, 전설적인 훈족의 왕 아틸라는 코피가 나는 바람에 잠자리에서 사망했다고 한다(고로 코피가 나면 뒤로 젖히지 말고 앞으로 숙여야 한다!).

 

세상은 넓고. 아직까지 베일에 쌓인 파낼 수 있는 '반전' 지식들은 무궁무진하다는 것,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거라는 것... 뭔가 기분좋은 좌절감(?)이 들게 하는 책. 그리고 호기심을 탐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애정을 품게 하는 책이다. 오늘도 옥스퍼드 털 스트리트 16번지의 술집 겸 서점에서는 이런 '호기심쟁이'들이 수많은 조작된 자료와 거짓 정보들과 즐겁게 씨름하고 있겠지? 그들에게 힘찬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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